[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낙상 사고로 급성기 병원 입원 후 퇴원한 A씨는 일상생활 수행에 조금의 도움을 받으면서 집에서 생활하길 원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사고 재발의 위험 때문에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인지능력과 신체기능 저하로 장기요양 1등급을 받았다. B씨의 가족들은 급성기 건강문제나 사고 발생을 우려해 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했다.
우리나라의 의료비 증가 속도가 경제개발도상국(OECD) 보다 5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상 과잉과 불필요한 입원으로 의료비가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 요양‧돌봄 공급체계 개편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인구 1000명당 병상수(급성기병원)는 6.2병상으로, OECD 평균 3.3병상보다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요양기관의 의료적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와 요양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기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환자중심 의료체계 구축방안 토론회’에서 “과도한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는 병상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낭비적 입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3년~2019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 증가율은 3.8%로, OECD 국가 평균 0.7%보다 약 5.2배 높다. 이대로라면 오는 2026년 건강보험료율이 법정 상한선인 8%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교수가 김홍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등과 함께 노인 만성기 의료 및 요양‧돌봄 분야 공급체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2008~2018) 요양병원 병상수는 3.6배, 평균입원일수는 1.3배 증가했다.
교수팀이 만성기 의료-요양‧돌봄 욕구를 기반으로 ▲고의료‧저요양 욕구군 ▲고의료‧고요양 욕구군 ▲저의료‧고요양 욕구군 ▲저의료‧저요양 욕구군 등 4개군으로 분류해 의료 및 장기요양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고의료‧저요양 욕구군에서 급성기 병원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단기간 집중적 케어를 받고 퇴원하는 것이 적합한 군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입원기간이 216.7일로 상당히 길게 나타났다.
고의료‧고요양 욕구군은 요양병원 평균 입원일수가 가장 길고, 진료비 지출도 가장 많았다.
저의료‧고요양 욕구군은 약 55%가 요양시설에 입소해 있었으며, 1년 중 평균 11개월을 요양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호에서 필요한 케어를 받고 생활하는 것이 적합한 대상군인 저의료‧저요양 욕구군은 약 17.0%가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16.6%가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재원기간도 100일을 초과했고, 경증 입원(입소)자의 비중이 높았다.
이와 함께 노인 의료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의 노인인구 비율, 여성노인 인구비율, 초고령노인 비율 등을 통제해 분석한 결과, 지역 내 요양병원 병상과 요양시설 정원수를 포함해 ‘공급’이 많은 지역일수록 자체중촉률과 180일 이상 장기입원률, 경증환자 입원률, 부적절 입월률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 내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가 많은 지역일수록 요양병원 자체충족률과 장기입원률 등이 모두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장기요양시설 내 입소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인력 자원으로, 지역내에서 장기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이용이 상호 대체 혹은 경쟁 자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노인여가복지시설이 많은 지역, 사회복지 예산 비중이 높은 지역의 요양병원 자체충족률과 부적절 입원률도 유의하게 낮았는데, 지역 내 사회복지 인프라 자원이 확보되면 요양병원의 부적절한 입원이 감소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김홍수 교수는 “현재는 욕구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부적절 이용 양상이 많이 관찰된다. 장기요양 등급이 낮아 요양시설 입소가 제한적인 저요양 욕구군에서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많고, 경증환자의 비율도 높아 사회적 입원의 증가가 우려된다”며 “또 만성기 의료 욕구와 요양‧돌봄 욕구가 모두 높은 경우 요양시설에 입소 중인 경우가 많으나 적절한 의료적 처치의 한계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연속성 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기존의 서비스 공급기관의 기능을 분화하는 등의 공급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요양병원의 의료기능은 강화하고, 기존 요양시설과 병원의 중간 형태인 장기요양기관이 있어야 한다. 또 지역 내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팀이 제안하는 요양‧돌봄 분야 공급체계는 ①재활형 요양병원 ②의료요양통합기관(가칭) ③요양시설 ④커뮤니티케어(재가요양 포함)로의 개편이다. 기존 요양병원의 의료적 및 역할을 강화하고 만성기 의료 욕구가 높은 대상자에 대해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되, 단기간의 개입으로 지역복귀를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와 요양 욕구를 복합적으로 가진 대상자에게는 의료요양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생활 및 요양‧돌봄 욕구를 가진 대상자에게는 주거 편의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때 간호사 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일차의료(촉탁의)와 연계해 전문 의료에 대한 욕구도 충족할 수 있도록 한다.
김윤 교수는 “지역돌봄서비스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노인요양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 지역에서 살 수 있는 노인의 58%가 시설에 입원해있거나 입소해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중 요양시설 관련 사망자는 39%정도”라며 “환자의 복합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위해 연계와 조정을 통해 환자 중심 의료제공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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