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는 환자보호 수단일까, 진료위축 요인일까 

수술실 CCTV는 환자보호 수단일까, 진료위축 요인일까 

의협 “반대하지 않지만, 설치 강제하지 말아야”

기사승인 2020-07-31 14:17:2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두고 의료인과 시민사회의 이견이 지속되고 있다.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방안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CCTV 설치를 법제화 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렸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마련된 토론회장에는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 ▲강신하 법무법인 상록 대표변호사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 ▲송명제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박재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수술실 CCTV 설치의 긍정적 효과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하루에 약 5만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이 가운데 5%정도는 합병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긴다”며 “그동안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환자 사망 사고, 수술실 내 생일파티, 신생아 사망사고 은폐, 대리수술과 폭행 사건 등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CCTV가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한다”며 “CCTV의 존재가 폭행, 성희롱,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행위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감시하는 것이 아닌,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경기도의 수술실 CCTV 설치 시범사업에 대한 시민 반응도 소개했다. 그는 “경기도는 지난 2018년 6월 처음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논의했고, 같은해 9월부터 시범사업에 착수했다”며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93%의 응답자가 수술실 CCTV가 의료분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응답자 87%는 수술실에서 CCTV 녹화에 동의하겠다고 답했으며,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에도 87%가 긍정했다”고 말했다.

강신하 법무법인 상록 대표변호사는 법리적 관점에서 수술실 CCTV의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CCTV영상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3자에게 제공할 때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또한 CCTV영상 유출 시 형사상 처벌과 민사상 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합리적으로 따지면, 의사나 의료기관이 이 같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CCTV 영상을 유출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강 변호사는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에 따르면 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안이 발의했됐지만, 의료단체 반발로 통과되지는 않았다. 영국은 중환자실과 투석실에 감염관리를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 했다. 그러나 영국에서도 일반수술실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수술실 CCTV가 환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이 의료사고로 피해를 본 사례를 빈번히 접했다”며 “성범죄 등을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신상공개를 하는 조치는 의료계에서 먼저 나서줘야 도입이 추진될 수 있지만, 의료계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CCTV라는 최소한의 수단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수술실 CCTV는 환자 안전을 지키고 인권침해를 예방할 것”이라며 “의료분쟁에 결정적 참고자료로 활용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에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을 통해 의료법에 CCTV설치 의무를 규정하고, 병원에서 의원으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보완이 된다면 바람직할 것”이라며 “여기에 의료인 면허취소와 재교부 제한, 의료인 행정처분 정보 공개 등의 제도 보완이 추가로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명제 대한의사협회 대외협력이사는 수술실 CCTV 설치를 모든 의료기관에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CCTV영상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의 질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문제점을 꼽았다. 

송 이사는 “서울대병원 응급실 방문한 유명 연예인 영상 유출된 사례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중적 관심이 쉽게 집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CCTV영상을 잘 관리하면 유출이 안 된다는 생각은 매우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고의 환경에서 최선의 수술을 받을 환자의 권리도 박탈된다”며 “CCTV가 의사를 긴장시키고, 방어적 수술을 행하도록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송 이사는 의료계가 의료인의 범법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환자단체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대한의사협회는 대리수술 사건을 중앙윤리위에 28건이나 회부했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까지 건의했다”며 “행정처분 처리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는 있지만, 의사들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결코 소극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 이사는 대한의사협회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CCTV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내 불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법제화에 초점을 맞췄다. 윤 사무총장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법제화와 의무화는 다르다”면서 법제화를 통해 CCTV설치와 영상정보의 관리가 더욱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화가 아닌, 법제화를 통해 수술실 내 CCTV 활용 취지를 더욱 분명히 실현해야 한다”며 “수술실 내 CCTV의 목적은 감시가 아니라 기록이다”라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수술 당사자들의 합의도 강조했다. 그는 “의료인의 진료권과 환자의 권리 모두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며 “수술을 행하는 의료인과 환자 모두의 동의로 CCTV 녹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모든 사안을 당사자들 자율에 맡겨두면 CCTV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이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제화의 효과를 파악해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재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사무관은 “법제화 여부는 차분하고 합리적인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의견들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정책의 목적과 범위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이어 수술실 내 CCTV 설치 를 꺼리는 의사들의 의견을 이기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수술실 내에서는 완벽한 정답이 없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것이며, 의료인들은 빈번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CCTV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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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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