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법정 최고금리를 기존 연 24%에서 연 10%로 내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 취지는 코로나19로 힘든 서민들의 가계부채 경감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금융권 및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의 숨통을 끊는 법안”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법정 최고 이자율을 10%로 제한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는 주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가장 먼저 주창했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등록 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10%로 낮춰달라고 건의하는 내용의 편지를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소속 국회의원 176명에게 보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금융 취약계층은 높은 금리 부담을 떠안으며 대부업과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제는 생존의 몸부림 끝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라며 법정최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권 및 서민금융전문가들은 법정최고 금리를 10%대로 인하할 경우 서민금융시장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제도권 금융 가장 밖에 위치해 있는 대부업계는 경영난을 겪으며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한국대부협회에서 발표한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계 신용대출 잔액은 91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조6044억원 대비 16.0%(1조6935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같은 기간 대부업 이용 차주는 약 43만6000명 가량 감소했다.
저신용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권 금융의 끝자락인 대부업계에서 43만명의 이용고객이 감소한다는 것은 43만명의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다는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들은 평균 연 145%의 막중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들도 법정최고 금리 인하에 난색을 표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민정책금융들도 연 이자가 10%가 넘어가는 상황인데, 법정최고 금리가 10%가 된다면 사실상 저축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대략 전체 저축은행 업권 이용고객이 약 220만명 가량 되는데, 이 중 신용대출 이용고객의 98%의 연 이자가 10%가 넘는다”라며 “2%를 제외한 나머지 98%의 개인신용대출이 막힌다는 뜻이고, 이들 전체를 정부지원대출을 제공할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이번 금리인하 법안 발의가 서민을 ‘포용’하는 금융이 아닌 ‘배제’하는 법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원장은 “금리가 낮아지면 물론 혜택을 보는 서민들도 존재하겠지만, 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데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식이 대출이 급한 서민들에게 어떻게든 제도권 금융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지, 그들을 내치는 방식이 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대부업계는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고, 이들을 이용하던 서민들은 대출창구가 막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린다. 사실상 서민금융을 살리는 것이 아닌 숨통을 끊는 법안”이라며 “정부 및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을 내세우지만, 이번 법안은 오히려 서민들을 제도권 밖으로 ‘배제’하는 법안으로밖에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들에 대해 법안을 발의한 김남국 의원은 금리 인하로 인해 나타나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금리 인하와 관련된 검토보고서 및 토론을 거쳐서 법정최고 금리는 10%가 적당하다고 평가했다”라며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쏠리게 될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경제가 어려운 상황 속 서민가계의 이자부담을 최대한 낮추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로 인해 대출이 거절된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지원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법정 최고금리 논의를 위해 금융전문가 및 금융권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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