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서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바로 PDR(price to dream ratio)라는 신종 용어가 등장하면서 기업가치 평가에 새로운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PDR은 말 그대로 ‘꿈 대비 주가 비율’이라는 의미로 미래가치를 담보한 주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장주가 대세가 되면서 이같은 논리는 힘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표적으로 수소차 니콜라의 주가 급등이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아직 단 한 대의 차도 판매한 적이 없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한때 현대차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최근 ‘천슬라’라는 용어가 나오는 등 주가가 연초 대비 약 2~3배 이상 상승하고 있다. 현재 영업이익 기준으로 본다면 테슬라는 현대차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물론 테슬라는 단순히 전기차 제조업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능을 갖춘 자동차 플랫폼 회사라는 점에서는 니콜라와 차별화된 측면은 있다.
국내에서도 실체가 아닌 미래가치를 반영한 업종(바이오주)의 주가는 크게 상승했다. 특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항하는 치료제 개발 업체의 주가가 급등했다. 대표적으로 신풍제약은 최근 주가가 크게 폭락했지만 얼마 전 까지 연초 대비 약 50배가 넘는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밖에 일양약품, 셀트리온제약 등의 주식도 연초 대비 2~3배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냈다.
아직 임상 실험 단계인 치료제 개발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미래가치’에 대한 선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치료제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그 정도의 주가를 받쳐줄 실적을 내긴 어렵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업종에 대한 기대감은 유별난 편이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미래가치는 버블을 형성하게 하고, 자칫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수많은 IT(정보통신기술)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일부 우량 업체를 제외하고 모두 신기루가 돼 버렸다.
대표적으로 새롬기술은 코스닥 상장(1999년 8월) 이후 약 6개월 간 150배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당시 새롬기술은 ‘무료 인터넷전화’라는 획기적인 ‘재료’를 통해 주가 급등을 이뤄냈지만 수익성이 따라주지 않았고 결국 다이얼패드는 사업에 실패해 2001년 법정관리로 넘어가고 만다. 또한 지난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열풍이 대한민국을 뒤흔들 당시 줄기세포주 조아제약도 4000%에 달하는 주가 상승을 기록했으나 결국 폭락하고 만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과 나스닥(미국)에서 기술주들이 주목받고 있으나 다수의 기업들은 실적에서도 ‘퍼포먼스’를 기록하고 있다. 혹자는 아마존이 100배가 넘는 PER(주가수익비율)로 고평가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마존은 PDR 지표로 분석해서는 안된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2000년대 초 온라인 시장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시장을 미리 선점했다. 또한 저조한 영업이익도 실적이 부진한 것이 아닌 초저 마진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마켓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약 30%가 넘는다.
아마존은 현실을 담보한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성공한 것이지 단순히 미래가치만을 담보로 성장한 기업이 아니란 것이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도 아마존 투자에 대해 “이 기업의 매출, 마진, 유형자산, 초과현금 등 수많은 지표를 고려했다”며 “아마존의 투자는 가치투자의 일환”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 세상의 모든 주식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적 퍼포먼스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실적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미래 성장만 베팅한다면 투자라기 보다는 ‘도박’에 더 가깝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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