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전 세계가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가 커지며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백신의 자체 개발 뿐 아니라 해외 개발 백신도 빨리 도입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단장은 25일 여의도 국민일보 12층에서 열린 ‘2020 미래의학포럼’에서 ‘투 트랙’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묵 단장은 이날 포럼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이후의 세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묵 단장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기준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는 678개이며, 이 중 백신은 175개이다.
백신의 경우, 새로운 물질(New for C19)로 개발되고 있는 비율이 8월 17일 기준 95%를 차지한다. 항바이러스제도 새 물질 개발 비율이 61%로 높은 편이다. 치료제의 경우 새로운 물질(7%)보다는 다른 용도로 개발되고 있거나 사용되고 있던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는 비율이 각각 61%, 32%로 더 높다.
개발 중인 백신을 살펴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플랫폼인 ‘합성단백질 백신’ 점유율이 43%로 가장 높고, 불활화 백신은 12%를 차지한다. 합성단백질 백신의 대표 개발사는 노바벡스로, 국내 개발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G플러스 생명과학, LG화학 등이 있다.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은 핵산 백신과 바이러스 벡터 백신이 있는데, 핵산 백신의 경우 점유율이 23%를 차지한다. 대표 개발사로는 모더나, 화이자 등이 있고, 국내 개발사에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이 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12%정도로, 아스트라제네카가 대표 개발사다.
특히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바이오앤텍, 모더나 등 6개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7개 품목은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노바벡스가 개발하고 있는 합성단백질 백신도 연내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개발 백신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더나 개발 백신의 경우 1샷(shot)당 25~30달러, 1명당 50~60달러 수준에서 공급 계약이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돼 백신 공급 시 적정 가격을 위한 협상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게 묵 단장의 설명이다. 화이자 개발 백신의 경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샷당 가격이 19.5달러(2회 접종시 4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저렴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개발 백신으로, 1샷당 4달러(2회 접종시 8달러)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과 영국, EU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출시시기를 예측하긴 어렵고, 생산설비 부족 현상이 세계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국내·외적인 백신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문 단장은 강조했다.
묵 단장은 “혼자 힘으로 백신을 개발하긴 어렵다. 때문에 최근 트렌드는 공동연구”라면서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과 협력하는 부분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생산을 위탁받는 사례는 있어도 과학을 앞세워 공동으로 개발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투 트랙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먼저 백신이 개발될 경우 빨리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해 국민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며 “이번 추경에서 정부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9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체 개발을 위해서는 대학, 연구소, 기업의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물론 품목허가와 물량비축까지 지원하려고 한다”면서 “이는 스페인 독감이 2년 만에 없어졌던 것처럼 코로나19 감염이 사라지더라도 개발에 나섰던 회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다. 결국 임상 노하우가 축적되면 미래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백신 기술개발에 참여하면서 해외 개발 백신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며 “특히 우리가 강점을 지닌 임상시험과 제조 능력을 갖추는 데 집중한다면 글로벌 벨류 체인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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