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지난 7월 30일 국회를 통과해 법안 발의 4일여 만에 시행된 일명 ‘임대차2법’이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역차별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집주인인 임대인이 전·월세를 법에서 정하는 수준 안에서 올리는 것도, 계약을 중단할 수도 없게 됐다는 것.
실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발의하고,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합심사 후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임대차2법’은 크게 1회(2년)에 한해 세입자에게 계약갱신권을 제공하는 것과 갱신 시 전·월세 증가액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지난 23일 내놓은 유권해석이다. 국토부는 “계약갱신 시 증액의 경우라면 임대인과 임차인은 협의를 통해 기존 임대료를 기준으로 5% 범위 내에서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다”면서도 “임대인이 증액을 청구해도 임차인이 반드시 응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5%를 증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정 법률에 따라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로 5%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세입자가 이에 동의하지 않아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2년의 연장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한 조정신청과 민사소송을 통한 법정다툼이 가능하다. 하지만 조정의 강제성이 없는데다 소송 또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실익이 없어 임대인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강행에 의한 ‘사고’라는 해석과 지지층과 민심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미필적 고의’라는 풀이들도 내놓고 있다. 일부는 사실상 임대차 계약이 4년으로 늘어나는 것인 만큼 신규계약 체결 시 임대료 상승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내놓는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한 국토부 관계자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적정한 인상률로 합의할 것으로 본다”며 문제를 지적한 조선일보의 질문에 낙관적 대답을 내놨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윤희석 부대변인은 “부동산 관련법 개정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밀어붙인 졸속 처리의 후폭풍”이라며 “만약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을 거부하면 집주인에게는 소송 외에 딱히 방법이 없는 사실상 ‘임대료 4년 동결법’을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이어 “임대료 잡겠다는 법이 무슨 소용인가.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서로 원치 않는 곳에 살도록 만든 허술 입법의 비극이다. 한정된 공급 속에서 집주인이 우위일 수밖에 없는 부동산 시장이기에 이런 부조리극은 속출할 것”이라며 “원칙과 논리가 아닌 이념을 앞세운 결과다. 현실에 맞도록 정책방향을 수정해야한다”고 부동산 정책수정을 촉구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