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속해” 태풍 뚫고 출근하는 직장인

“회사 야속해” 태풍 뚫고 출근하는 직장인

기사승인 2020-08-27 12:31:15

▲사진=수도권 내 출근하는 직장인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제8호 태풍 ‘바비’가 27일 오전 한반도를 훑고 지나갔다. 출근 시간 조정, 재택근무 등이 당부 됐으나 많은 회사는 여전히 ‘정상 출근’을 고집했다. 

바비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평양 남서쪽 약 100㎞ 부근에 상륙했다. 최대 풍속은 초속 37m다. 서울 등 수도권은 출근 시간대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이날 수도권 출근길은 혼잡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남아있는 태풍의 영향에 직격타를 맞았다. 서울 강남의 한 회사에 재직 중인 박모(23·여)씨는 “바지와 신발이 비에 흠뻑 젖어 온몸이 축축하다”며 “젖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날려서 얼굴에 다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출근길에 편의점 간판이 바람에 떨어질 듯 흔들려 혹시라도 날아올까 겁났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강력한 태풍에도 정상 출근을 요구하는 회사에 불만을 표했다. 경기 화성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모(30·여)씨는 “뉴스에서 태풍 피해 예방 방법 중 하나로 출퇴근 시간 조정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태풍 때문에 걱정도 되고 짜증도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겹친 태풍의 습격에 직장인들의 괴로움은 가중됐다. 외근직 직장인 한모(25·여)씨는 “빗물 세례를 맞아 다 젖은 마스크를 쓰고 만원 버스에 탄 순간 재택근무를 허용하지 않는 회사가 야속하게 느껴졌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매일 출근할 장소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태풍까지 겹쳐 피로가 크다”고 전했다. 또다른 직장인 이모(35)씨는 “코로나19로 불안이 큰 와중 태풍까지 불어 불안함은 배가 됐다”면서 “재난에 재난이 겹친 현 상황에서도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고 출근하는 게 그리 좋진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서울 전역에서 태풍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접수된 신고는 20여 건이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나뭇가지가 변압기에 걸려 퓨즈가 고장나 주변 24가구가 정전됐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며 차량 2대를 덮쳐 차량이 파손됐다. 서울 강남구에서는 가로수가 지나가던 오토바이로 쓰려져 운전자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바비는 한반도 상륙 후 세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서울 서남·서북권의 태풍경보가 해제됐다. 바비는 오는 28일 오전에는 중국 내륙에서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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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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