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주요 금융사를 이끌어 온 수장들의 임기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료된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여부는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KB금융지주로 윤종규 회장의 3연임 혹은 새로운 다크호스가 등장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도 내년 상반기 지주 회장 임기가 마감된다. 나머지 지주사 회장들은 올해 연임이 확정돼 임기를 이어가겠지만 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곳도 있어 실적과 성과 여부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KB 윤종규·하나 김정태, 실적 반등 이뤘지만…변수는
3연임 가능성이 높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재무·전략기획본부장(CFO) 출신답게 2014년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은 뒤 꾸준한 실적 상승을 이뤘다. KB금융은 윤 회장 취임(2014년) 후 약 134%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3조3132억원으로 2014년(1조4151억원) 대비 2배 이상이 늘어나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강하다. 케이비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조합원 1만7231명을 대상으로 지난 12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7880명의 응답자 가운데 79.5%가 윤 회장의 3연임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노조 측은 28일 결정된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KB금융은 이날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윤종규 현 KB금융 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을 회장 최종 후보자군(숏리스트)로 확정했다.
이에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후보자 군들을 살펴보면 ‘들러리’라는 느낌이 강하고 외부 인사는 한명으로 구색 맞추려는 흔적이 역력하다”며 “3년 전에도 최종 후보자군을 발표했으나 이후 두명의 후보자가 즉시 고사하면서 ‘요식행위’라는 비난을 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회장을 반대하는 이유가 실적 부진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업무강도 때문이라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후보자군도 내부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의 3연임 논란과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셀프연임과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보, 카드 직원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직원수 대비 반대율도 낮아 대표성이 낮아 보인다. 또한 2017년 이후 사추위, 회추위에서 회장을 빠졌기 때문에 셀프연임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만약 윤 회장의 3연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 증권 등 계열사 내부 수장들도 개편될 변수로 작용한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KB증권 박정림, 김성현 각자대표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일반적으로 계열사 수장들은 2+1 방식으로 임기를 채우기에 가능성은 있지만 역시 변수는 윤 회장의 거취다.
내년 상반기 임기가 마무리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도 주목되는 이슈다. 김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1조34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동기 대비 11.75% 늘어났다.
그럼에도 김정태 회장의 연임은 ‘안갯속’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나이가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1년 초 금융지주 회장의 최고 연령을 70세로 제한했다. 현재 1952년생인 김정태 회장의 나이(68세)를 고려할 때 연임이 되더라도 1년밖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의 셀프연임 부분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해 적절한 민간 인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신한·우리금융, 은행장 연임 가능성은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올해 지주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으나 핵심 계열사 은행의 경영을 책임지는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가 마무리되고,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 2019년 3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 그해 사상 최대 실적(3조4035억)을 거뒀고, 2+1이라는 은행장의 임기를 고려한다면 연임 가능성은 높다는 평가다.
반면 권광석 행장은 고작 1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상황이다. 또한 우리은행의 실적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지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동기(1조2320억 원) 대비 44.97% 줄어든 6779억 원에 그쳤다.
이에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상반기 실적 감소는 (코로나19 여파로) 다른 금융사 보다 충당금 적립을 많이 했던 까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가 1년인 이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애초 지주 회장도 취임 초기 임기가 1년이었다. 이는 당사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지 이사회에서 평가하겠다는 취지였고, 이는 은행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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