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차 만난 한 식당 사장은 울분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고령의 여성이었고, 조선족이었다. 대림동 길바닥에서 시작해 조금조금 돈을 모아 서울 중구 인근 시내에 드디어 자신만의 가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 꿈은 채 2년도 가지 못하게 됐다. 코로나19에 지난 2월부터 손님들이 급감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날 매출은 고작 4만원이었다.
인테리어비용 등 1억원을 쏟아 문을 연 가게는 지금 그 절반에 내놨다. 코로나19 시국에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이곳이 정리된다 해도 그 이후는 또 어찌한단 말인가. 밀려있는 석 달 치 임대료 1200만원과 다른 생계 대출금도 갚아야 한다. 장사 이후 다른 생계수단에 대해 조심스레 묻자, “하...” 깊은 한숨만이 되돌아 올 뿐이다.
코로나19는 약자부터 덮친다. 한국 경제의 가장 취약 지점인 자영업부터 무너트리고 있다. 소상공인 관리기업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된 지난 주 서울 지역의 자영업자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2% 폭락했다. 올해 들어 가장 낙폭이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 지역 자영업자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5% 하락하며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7위 수준이다. 취업자 4명 가운데 1명은 자영업자인 것이다. 유독 한국 경제가 코로나19에 쉽게 좌지우지 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고용률이 꾸준히 뒷걸음질치고 있고 고령화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국내 산업구조를 바꾸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식당, PC방, 노래방, 미용실, 주점 등 여기저기서 시한폭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수준인데, 그들을 위한 안전망은 얼마나 잘 갖춰져 있을까. 취재를 통해 접한 수많은 사장님들은 자영업은 소위 ‘고독한 전투’와 같다고 했다. 아무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고, 그 실패의 책임은 오롯이 내가 안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대다수 일반 자영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주요 안전망은 긴급대출 하나가 꼽힌다. 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에선 관련 대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 2일 소상공인연합회도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영업 중지, 매장 판매 금지 등에 따른 영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며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소상공인에게 매출과 관계없이 생존자금을 300만원 수준까지 높여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 지급이 어렵다면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는 서울, 경기도 등의 지자체가 관내에서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외에도 1.5% 정책금융 대출, 전기세·수도세 등 세제 감면 등을 호소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는 호소다. 코로나19로 우리 경제의 취약함과 위태로움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절대 소상공인과 자영업계 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종래에는 이들에서 촉발된 여파가 국내 산업과 경제 전반으로 번져갈지 모른다. 이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코로나는 약자부터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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