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여당, 보건복지부 등과 의대 정원확대 등의 정책에 대해 원점 재논의 합의를 했지만, 젊은 의사들은 ‘합의한 적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의료계가 합의한 단일안에 담긴 ‘법안 철회’ 문구가 빠져있다는 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개편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요구안이 삭제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의대생·전공의·전임의가 함께하는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4일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밤샘 협상 끝에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관련한 최종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의대 정원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및 전임의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민주당이 법안의 개정 및 재정을 통해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의료인의 안전, 의료기관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을 명문화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합의문 서명식을 체결하기로 했지만, 오전 10시께 서명식을 진행했다. 대외적인 사유는 ‘교통체증’이라고 밝혔지만, 의협 내부의 갈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박지현 젊은의사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자고 일어났는데 나도 모르는 보도자료가 나왔다”며 “회장이 패싱 당한 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글을 남겼다. 관련해 젊은의사 비대위는 긴급 공지를 통해 “정부의 발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합의는 진행 중이나 타결은 사실이 아니다. 파업 및 단체행동은 지속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최 회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만나서도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날 1시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진행하려던 서명식이 전공의들의 반발로 2시30분까지 미뤄졌고, 장소도 정부서울청사로 변경됐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그동안 국민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코로나19의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고 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들어오기로 한 의협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합의로 의협은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했다”며 “젊은 의사들이 문제 삼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충분히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고발된 6명의 전공의와 고발 예정된 수백명 전공의의 고발 취소, 의사 국시 거부한 의대생의 국시 시험 진행 등이 차질없이 되도록 복지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의사들이 합의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내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심정을 이해하고 고민한다”며 “의료계는 정책에 대해 ‘철회 후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냥 철회하는 게 아니라 다시 논의하자는 것. 원점 재논의라는 개념 앞에선 철회나 유보, 보류 후 원점 재논의나 똑같은 의미다. ‘철회’라는 용어에 집착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젊은의사 비대위는 의협의 요청에 따라 최 회장을 포함한 의협 실무진과 논의를 시작했다. 협상안에는 필수의료 붕괴, 지역 간 불균형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문구를 만들고자 했다. 3일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최종 협상안이 나오면 모든 위원이 회람하기로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4일 오전 젊은 의사들이 제시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안건이 누락되고 문장도 왜곡된 채 합의안이 발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지현 젊은의사 비대위원장은 이날 3시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해 “이번 합의문이 우리가 주장했던 명문화에 미치지 못한다. 젊은의사 비대위는 합의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철회’를 명문화할 것과 건정심 구조를 개편할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요구안을 주장했다. 단체행동과 관해선 민주당, 복지부와 합의할 내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서연주 대전협 부회장은 “완전히 배제되고 무시됐다”며 “민주당과 최 회장의 단독 합의가 진행됐다. 합의할 때는 젊은 의사 비대위를 포함한 협상단을 꾸리고 협상이 완료돼 최종 합의할 때도 최대집 회장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모두 서명하기로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의협을 믿고 기다렸다. 우리가 외쳤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20년간 목소리를 낸 선배 의사를 믿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독단적 결정은 동의하지 않는 의사회원, 국시를 포기한 의대생, 사직서를 내고 함께한 전임의, 우리와 함께한 전공의 회원 모두 절망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를 포함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전임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모두 전혀 합의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절대 동요하지 말고 대전협의 지침을 따라달라. 의협의 공식 산하단체지만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부디 대전협을 믿고 각자 병원 전공의 대표 말을 믿고 함께 해달라. 빠른 시일 내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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