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정책협약, 합의를 한 것에 대해서 의료계의 이익과 회원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투쟁에 참여했던 전공의, 전임의 등에게 사과했다.
최 회장은 이날 대회원 서신을 통해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갑작스러운 협상 타결의 배경에 많은 추측이 난무하고 이으나 오직 의료계의 이익과 미래, 그리고 회원보호라는 관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여당과 정책협약을 통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 관련 법안에 대해 ‘중단과 원점 재논의’, ‘논의 중 입법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명문화했다. 또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복지부가 교육부에 대한 의대 정원 통보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점을 문서로 약속했다. 전공의들이 ‘철회’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최 회장은 “더 많은 회원과 학생들의 피해,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제3차총파업에 따른 우리 사회 전체의 손실과 그에 따른 여론의 악화와 국민의 비난을 감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고민 끝에 내린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와의 합의에서는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과 필수의료 육성과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인 개선, 건정심 구조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의료계가 지적해온 문제들을 공식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합의는 범의료계 투쟁위원회를 통해 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은 회장이, 범투위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의료계 단일 협상안의 내용이 최대한 반영되었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었다”며 “회원 여러분과 학생들은 최대한 널리 혜량해 판단해 달라. 이 과정에서 젊은 의사들과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회원들의 분노에 대한 감당 역시 저의 몫. 다만 비난과 오욕을 감당키로 한 판단까지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외부의 시각에 의료계의 분열로 보일 수 있고 또 의협 회장으로서는 설령 오해가 있더라도 모든 것을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침묵해 왔다. 심지어 개인적인 통화 내용이 유출되고 악용되는 상황에서조차도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끝없는 추측과 유언비어가 양산되고 혼란과 분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만이 답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방법과 시기를 고민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을 어겨 고발당한 전공의와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않기로 한 학생에 대한 구제책이 빠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이러한 것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정부도 여당도 공식적으로 문서로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공의와 학생의 보호는 유력한 대권 주자인 여당의 이낙연 신임 대표가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합의 당일 오후, 고발은 취하됐다. 의사 국가시험 재접수 기한 역시 연장됐다”고 해명했다.
합의문의 내용이 모호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약속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어떤 합의문도 해석의 여지가 없게 작성되기는 어렵다”며 “의료계의 숙원이었던 여러 주제에 대해서는 논의 후 그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담는 것을 명시했다. 또한 합의문에 명시된 ‘의정협의체’는 지금까지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동수로 구성해 온 것이 상식이다. 합의문의 문구를 지나치게 불리하게 해석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추후 현실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정 협의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당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의협에 무릎 꿇은 공공의료’, ‘여당의 백기투항’,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그만큼 이번 협상은 전례가 없는 우리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소 아쉬움이 남더라도 거듭되는 패배 끝에 얻은 소중한 경험이며 기회”라며 “무엇보다 젊은 의사들의 헌신에 거듭 감사하다. 또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러나 그만큼 소중한 성과를, 의료계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곧 마련될 새로운 공식적인 경기장에서 치열한 논리와 치밀한 준비를 통해 우리가 꿈꿔 왔던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를 이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젊은 의사들에게 “여러분은 더 이상 의료의 미래가 아니라 우리 의료계의 중심”이라며 “부디 모든 상황을 깊이 헤아려 달라. 저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기꺼이 경청하고 달게 받아들이겠다. 또한, 협상의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의사들께 사과드린다. 앞으로 합의 결과물을 지켜나가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승리의 주역인 젊은 의사들의 의지가 충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의료계 내에서 젊은 의사들의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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