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완화, “방이동 먹자거리 다시 가보니”

거리두기 완화, “방이동 먹자거리 다시 가보니”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완화 "먹자거리 모처럼 생기 돌아"

기사승인 2020-09-15 05:00:36

- 네온사인 환한 거리 모처럼 활기 넘쳐
- 서울 음식점·카페·PC방 제한 완화…
- 상인들, 모처럼 한숨 대신 웃음
- 식당,카페 내부보다는 외부 선호
- 30년 넘게 이어온 식당, 폐업 신고한 곳도
- 배달 오토바이는 여전히 ‘쌩쌩’
1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음식점, 커피전문점, 중소형 학원 등은 방역수칙을 의무적으로 지키면서 정상 영업 및 운영을 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오는 27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던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의  밤 9시 이후 영업이 해지되면서 모처럼 송파구 방이동 먹자거리도 활기를 되찾았다. 14일 밤 10시 경, 보름 만에 다시 찾은 먹자거리 입구의 한 식당에 손님들이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달 30일 밤 9시, 위 식당 영업 중지 모습

[쿠키뉴스] 곽경근 대기자 = “오늘은 몇 달 만에 밥벌이를 했네요. 그동안 약속을 미뤄왔던 사람들이 오늘 모임을 많이 갖은 것 같아요. 매일 한숨만 짓다가 오늘 모처럼 웃어보네요”라며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이 와도 사실은 걱정스럽기는 해요”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거리에서 31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박명옥(63) 사장은 기자에게 음료를 건네며 말을 잇는다.

“제 생각은 장사가 조금되나 안되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요. 2단계나 2,5단계도 별 의미 없는 것 같다”면서 “중국처럼 아주 강력하게 우리도 코로나19가 0명이 될 때까지 모든 상점을 철시하고 이동도 통제하고 한번 그렇게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14일 밤, 모처럼 사회적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네온사인을 환하게 밝힌 방이동 먹자거리 풍경/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2단계’로 완화돼 2주간 시행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일 연속 100명대를 기록하면서 확산세가 한풀 꺾인데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사회적거리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된 지난 8월30일 이후 보름 만에 다시 찾은 방이동 먹자거리는 환한 불빛 아래 모처럼 사람들이 힘찬 발걸믕과 젊은이들의 웃음소리에 활기가 넘쳤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도 분주히 오가고 여전히 배달오토바이들도 사람과 차량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바삐 이동 중이다. 불꺼진 거리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지난 8월 말하고는 180도 바뀐 원래의 먹자거리 모습이다.

14일 저녁, 방이동 먹자거리의 한 치킨 전문점이 통유리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30일 밤,  위 업소에서  밤 9시 이후에는 포장 배달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을 붙이는 모습

도로변의 식당들은 대부분 에어컨을 켜는 대신 통유리 문을 활짝 열고 내부와 외부의 구분을 없앴다. 에어컨이 바이러스 감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에서 대부분의 손님들이 실내보다는 실외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실내보다 환기에 문제가 없는 실외의 자리를 원했다.

친구들과 몇 달 만에 만났다는 윤00 씨는 “실내는 괜히 찜찜한 생각이 들어서 밖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절친들을 만나서 반갑기는 하지만 부모님하고 약속도 지켜야해서 1차로 끝내고 귀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도권에 적용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된 14일 “코로나에 앞서 생활고 때문에 먼저 쓰러질 상황이라는 절박한 호소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방역 조치 조정으로 영업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고, 생업을 지켜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렌차이즈 카페에도 손님들이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곳도 역시 내부보다는 외부 테이블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먹자거리 한편에서 리어커에 미니사과를 소복히 담아 팔고 있는 한 상인도 “오늘은 그래도 제법 장사가 되는 편”이라며 “늦게까지 사과를 다 팔고 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리기사들이 취객의 “콜”을 받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14일 밤, 다시 찾은 방이동 먹자거리의 한 갈비집은 30년 넘게 운영한 식당영업을 포기하고 지난 10일 폐업했다. 식당주인이 힘없이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30일 9시 경, 식당 문을 닫은 후 종업원이 내부 청소를 하는 모습

하지만 계속되는 영업 난에 아예 30년 넘게 운영하던 식당의 셔터 문을 내리고 폐업을 한 곳도 보였다.
식당 주인 김00(65) 씨는 “이 곳에서만 고기 집을 30년 넘게 운영했다. IMF 때도 어려웠지만 무사히 넘겼었는데 지금은 그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매달 가만히 앉아서 천만 원 이상 적자가 나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면서 “식당 집기들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불꺼진 가게를 지키고 있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14일 밤 늦은 시간, 방이동먹자거리의 아구찜 전문식당에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 아래사진은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 달 30일 저녁, 식당 주인이 찾아오는 손님이 없자 홀로 TV를 시청하는 모습



정부는 지난 8월 30일 0시부터 9월 13일 밤 12시까지 15일간 이어진 수도권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단계로 완화하고 이를 이달 27일까지 2주 동안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 조정된 첫날인 14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가족과 이웃, 우리 모두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주간 계속된 수도권의 강화된 방역 조치로 많은 국민이 힘겹게 견디고 있다”며 “아직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줄지 않고 네 명 중 한 명꼴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지만, 방역 강화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유입 사례를 제외한 지역발생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수도권 집단감염이 확산한 지난달 15일 이후 세 자릿수를 유지해왔지만, 다행히 전날 99명으로 약 한 달 만에 100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환자도 지난 10일 175명에서 11일에는 164명, 12일에는 157명 등으로 다소 줄고 있는 추세다.

2.5단계에서 2단계 하향으로 PC방, 음식점 및 제과점, 카페, 그리고 학원과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제한조치가 조정된다. 기존에 집합금지나 업장 내 영업제한 조치가 집합제한이나 방역수칙 의무화 대상으로 전환된다.
14일부터 밤 9시 이후 식당내부 영업이 가능해졌어도 여전히 배달오토바이들은 거리를 분주히 오갔다.

수도권 내 모든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에 대해 적용됐던 매장 운영 제한 조치도 해제됐다. 앞서 2.5단계 조치에 따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허용됐었다.

다만 영업 면적 150㎡ 이상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은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포장․배달 판매시 제외), 매장 내 손소독제 비치, 테이블·손잡이 등 표면 소독 및 일 2회 이상 시설 환기 등 방역수칙 의무화 내용이 적용된다. 150㎡ 미만은 방역수칙을 자율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방역수칙 준수 권고 대상이다.
다시 불을 밝힌 14일 밤, 방이동먹자거리 풍경

사진은 지난 달 30일 위 사진과 같은 장소 풍경이다.

기존 강화된 조치로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포장마차, 거리가게, 푸드트럭 및 편의점에 내려졌던 집합제한은 방역수칙 준수 권고로 전환된다. 포장이나 배달 판매의 경우 음식점 등에 대한 출입자 명부 작성 의무 또한 면제된다.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과 배달 판매만 허용됐던 프랜차이즈형 커피 음료전문점, 제과제빵점, 아이스크림 및 빙수전문점에 대한 제한 조치는 해제된다.

서울시는 일부 시민들의 일탈에 따른 재확산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현장점검 강화는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업소의 경우 ‘원스트라이크-아웃’를 철저히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매장 내 좌석 띄어 앉기, 매장 좌석 내 이용인원 제한 및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포장․배달 판매 시 제외), 매장 내 손소독제 비치, 테이블·손잡이 등 표면 소독 및 일 2회 이상 시설 환기 등 방역수칙을 의무로 지켜야 된다.

1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형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그리고 헬스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내려졌던 집합금지 명령도 풀린다.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부작성,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는 의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수도권 방역조치 조정 방안’의 핵심은 각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을 완화한 것이다. 영업제한으로 생계가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점·카페 등의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방역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조치 이후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28일부터 2주간 ‘특별 방역 기간’을 운영한다. 추석 연휴 기간 민족 대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방역 고삐를 다시 한 번 조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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