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천]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기자 = 먹고 싶었던 컵라면은 결국 사지 못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A군(10)과 B군(8) 등 형제 2명이 화상을 입고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A군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A군 형제의 친모는 전날인 13일부터 집을 비웠다. 화재 당시 집에는 A군 형제뿐이었다.
A군은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다. 전신에 1도 화상을 입은 동생 B군은 상태가 다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빌라 내부를 정밀 감식하는 등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18일 쿠키뉴스가 입수한 CCTV 영상에 따르면 A군 형제는 지난달 1일 오후 1시50분 편의점을 방문했다. A군은 민소매에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B군도 반바지, 슬리퍼를 착용했다. 상의는 긴 팔이었다. A군 형제는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천진난만했다. 춤을 추듯 몸을 좌우로 흔들며 편의점을 구경했다.물건을 고르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했다. B군은 자기 몸만 한 노란 장바구니를 들고 냉장식품 판매대를 서성였다. 한참을 쳐다봤지만 결국 물건을 집지 못했다. A군은 계산대에서 장바구니에 넣었던 라면을 빼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도 했다. 계산대에서 가격을 찍어본 후, 음료의 구입을 포기하기도 했다. 해당 음료의 가격은 1400원이다.
형제가 자주 찾았던 편의점 주인은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은 한정적이다 보니 편의점에 와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식품 구경을 오래 했다”면서 “장바구니 물건을 자주 넣었다 뺐다 했다. 얼마나 먹고 싶은 게 많았겠냐”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슈퍼마켓 주인 역시 “어쩌다 한 번씩 오면 아이스크림과 빵을 조금씩 사 갔다”면서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이 가게에 들를 때마다 간식 판매대에 한참 서 있었다”고 회상했다.
동네 주민들 역시 형제를 안타까워했다. 이 지역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C씨는 “아이들끼리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를 당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배를 곯다 사고를 입었다. 도와줄 수 없었다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과거 친모가 자녀를 방임한다는 이웃들의 신고가 수차례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친모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형제의 어머니를 격리해달라며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인천가정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측은 지난달 말 격리보다 아동보호기관에서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맞다며 이 같은 처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친모가 오랜 시간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아이들이 크게 다친 점을 고려해 방임 혐의 수사에 착수할 지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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