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거부의 배경으로 ‘선발대’ 논란이 제기됐다. 시험을 먼저 보고 시험 문제를 복기해주는 사람들의 순서가 시험 마지막으로 미뤄졌기 때문에 국시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한 의사들과 시험을 실시하는 기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앞서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반대하며 단체행동을 이어갔다.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 간 ‘원점 재논의’ 합의 이후, 전공의들과 개원의는 진료현장으로 복귀했지만,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은 응시 시기를 놓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발대’, 즉 시험을 먼저 보고 시험 문제를 복기해 일종의 컨닝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의 순서가 시험 마지막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이 같은 주장이 담긴 국민청원이 올라왔는데 청원인은 ▲선발대 실체 여부 및 전수조사 ▲실체 확인된다면 관련 의대생 및 의사 처벌 ▲후속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8일 현재까지 5만6000명 이상의 국민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지난 2011년 의대생들이 의사 국시 실기 문제를 유출해 입건된 사례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당시 의대생 10명이 비밀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먼저 시험을 본 의대생의 후기 형식으로 실기 문항을 홈페이지에 유출했다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시험 문제 유출에 동참한 채점관 의대 교수 5명은 각각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이후에도 선발대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실기시험이 한 달 이상 진행되는 데에 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은 일차 진료 의사가 알아야 할 지식을 비롯해 수기와 태도 등 임상 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단순 수기 문제(OSCE)와 표준화 환자 진료(CPX)로 구성돼 있고, 채점자는 문항별로 각기 다르게 구성된다. 수기 문항은 각 대학으로부터 추천받은 의대 교수가 채점하고, 진료 문항은 시험실별로 표준화 환자(SP) 2명이 연기(연기 수행 및 환자-의사 관계 채점)와 채점(병력 청취 등 채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의료 술기를 평가하기 위한 장소와 장비, 채점자 역할을 맡은 교수진의 규모 등을 고려해 40일 이상 소요된다.
이에 대해 최근 의사 가운을 입은 이들은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를 한 이유가 ‘선발대’ 논란 때문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전공의 A씨는 “선발대가 족보를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족보가 있다 하더라도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목이 이미 정해져 있고 시중에 기출문제집도 나와 있다. 국시를 위해 한 달 이상 준비하며 반복 학습을 해서 합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세계적으로 의학교육이 우수한 편이다. 마지막 커트라인에 걸쳐 통과한 이들도 우수한 의사가 될 정도”라며 “‘선발대’ 논란은 초창기 때 이야기에 불과하다. 학교별로 자신이 선호하는 날짜를 보내면 국시원이 고려해서 날짜를 지정해 준다. 학생들 성향에 따라 날짜를 정할 뿐이지, 조직적으로 잘하는 애들을 먼저 배치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시원은 선발대가 있다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시원 관계자는 “정해진 문항 수 중에 조합을 달리하기 때문에 겹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가 같을 확률은 없다”며 “또 문제를 사전에 알더라도 채점표와 채점기준표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기시험과 같이 모든 학생이 한날 치루면 상관없는데 여러 일에 걸쳐서 시험을 치다 보니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며 “실체 없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논란이 지속한다면 제도 개선에 나설 것. 응시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원하는 날짜에 배치하고자 했는데, 선착순이나 랜덤 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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