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초짜·관리 소홀이 낳은 초유의 '독감 접종 중단' 사태

조달 초짜·관리 소홀이 낳은 초유의 '독감 접종 중단' 사태

질병관리청, 외부 제보로 문제 인지

기사승인 2020-09-23 06:48:13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독감 백신 관리 소홀로 예방접종이 일시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독감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상온에 노출한 업체는 '신성약품'으로 올해 첫 조달 업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정부의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냈다. 신성약품은 올해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 받을 1844만명 중 1259만 명분을 따냈다. 낙찰가는 1100억원이다. 

그동안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이 입찰방애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 조달 시장에서 제외되면서 제조사 대부분으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받은 신성약품이 계약을 따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받아 보건소와 병원 등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백신은 일정한 냉장 온도에서 배송·보관되지 않으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도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장고에서 분배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가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은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 문을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내용을 신고받고 독감 무료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김진문 신성약품 회장은 중앙일보를 통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면서 "아쉬운 게 있다면 백신 배송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30일부터 올해 독감 백신 조달 입찰을 실시, 4번이나 유찰된 끝에 이달 4일 신성약품과 계약했다. 당장 8일부터 백신 배송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배송 업체를 선정할 시간이 짧아 콜드체인을 못 챙겼다는 것이다.  

콜드체인은 제품 생산 단계부터 최종 소비 단계까지 온도에 따라 변형이나 손상할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을 저온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유통망을 의미한다.

보건 당국도 관리 소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문제가 알려진 것은 조달 업체가 아닌 외부의 제보로 인해서다. 제보가 없었다면 백신이 이송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던 셈이다. 백신 운송 과정에 대한 정부 감시가 지나치게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가 된 물량은 신성약품이 조달한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로, 이중 500만 도즈는 이미 의료기관에 배송된 상태다. 당장 지난 22일부터 13~18세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무료 접종에 필요한 물량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성약품이 공급한 백신을 수거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