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탄핵 위기를 넘겨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이번 의료계 집단휴진을 주도한 젊은 의사들은 결과에 반발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한 의협 임원진의 불신임안을 결정할 의협 임시대의원총회가 개최됐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해당 안에 대해 의협 재적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1 이상인 82명의 동의를 얻어 임총 요건을 충족시켰다. 의협 임총이 열리기 위해선 재적 대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이날 임총에는 대의원 203명이 참석해 성원 됐다.
탄핵안을 발의한 주 회장은 “(이번 의-정 합의는)반쪽짜리 합의다. 의사단체는 첩약급여화,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등 정책에 반발했는데 첩약 급여화와 원격의료는 협상안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면서 “고작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전 회원이 투쟁한 것이냐, 최 회장이 투쟁을 접고 자화자찬하는 사이 투쟁체가 와해됐다. 의협은 투쟁을 제대로 준비하지도, 투쟁할 의지도 없었다. 지역의사회와의 사전교감, 치밀한 조직화 작업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의대생들 보기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최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막아서는 회원들을 짓밟고 협상장을 옮겨가며 협상에 응했다. 그동안 의협 집행부가 만든 범의료계 투쟁위원회의 초라한 패배를 기억하라. 회원권익 옹호와 회원 상호 간의 친목 목적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협 정관 2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대위원들은 최 회장을 불신임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불신임안 상정 전 모두 발언에서 “범의료계 투쟁위원회(범투위) 전권을 받은 회장이 의료계 단일협상안으로 합의를 끌어낸 것. 마음에 상처를 받은 젊은 의사에게는 거듭 사죄한다. 다만, 의대 정원확대, 공공의대 신설에 대해선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명시한 합의를 이뤘다. 범투위 안과 동일하다. ‘철회’라는 단어를 얻기 위해 더 투쟁하는 것은 회원과 국민 피해를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의정 합의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없었음을 해명했다.
이어 “의사 국시 응시를 앞둔 4학년에 대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험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기회를 주되 당사자의 결정과 자존심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 남은 임기동안 여러 의료 관련 법안에 적극 대응하며 의료계 화합과 회원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참석 대의원 203명 중 불신임 찬성 114명, 반대 85명, 기권 4명으로 집계돼 불신임안이 부결됐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참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협 집행부인 방상혁 상근부회장,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에 대한 불신임의 건도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젊은 의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예찬 대한전공의협의회 신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다수는 잘못을 고치자고 했지만, 절대다수가 안 된다고 했기에 어제의 의협이 됐다”며 “대의원 본인의 안위를 위한 투표였느냐. 이름을 올리기도 부끄러운 본과 4학년은 보이지도 않느냐”고 비판했다. 일부 젊은 의사들은 반발해 총회장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총회가 잠시 중단되고 총회장 문이 굳게 잠겼다.
관련해 대의원 A씨는 “문을 걸어 잠그고 한다는 게 부끄럽지 않냐, 부끄러워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대의원이라면 회원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 뜻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무엇이 부끄러워 젊은 의사 몇 명이 총회장에 들어왔다고 문을 걸어 잠그는가. 의사 회원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야지, 대의원회 의장단은 물러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대의원 B씨는 “지금 대의원회가 회원들의 말을 들어주는 척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대의원회는 회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회원들을 겁박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부당하고 부적절하다. 회원들을 생각하며 회의를 진행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일개 의사회원이라고 소개한 한 C씨는 “이번 투쟁을 망치고 중단시킨 게 지금 집행부인데, 본인들 힘든 얘기만 계속하고 있다”며 “다 같이 힘을 모아도 바꿔나가기 힘든 게 지금 상황이다. 어렵게 모음 동력마저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것도 현 집행부다. 그런데 젊은 의사들은 목소리는커녕 찬반도 못하게 됐다. 저희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들어 줄 회장과 집행부가 필요하다. 지금은 절대 뭉칠 수 없다.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 미래 대한민국 의료를 짊어질 사람들의 의견을 한 번이라고 경청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임총 결과에 따라 최대집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회장직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젊은 의사들과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회장 주변에는 최 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젊은 의사들이 탄핵 촉구 시위를 진행했다.
한편, 이번 임총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방지에 따른 ’실내 50인 이상 집합금지‘에 따라 총회장이 5곳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방청 회원과 기자들은 별도의 공간에서 화면을 통해 총회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