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초고층건물 화재, 사다리차 기다리며 6시간 허비해

울산 초고층건물 화재, 사다리차 기다리며 6시간 허비해

신속한 인명구조 등 빛났지만 여실히 드러난 소방행정 부실… 국민의힘 개선 요구

기사승인 2020-10-09 17:09:30
소방당국자들이 9일 울산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울산의 33층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소방행정의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울산 울주군)은 9일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초고층빌딩의 화재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편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30층 이상 고층빌딩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고가굴절사다리차’ 도입이 늦다는 이유에서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30층 이상 건물에서 난 화재가 총 493건으로 사망 5명, 부상 54명에 재산피해가 99억원가량 발생했다. 하지만 고가굴절사다리차는 서울과 경기도에 각 2대, 부산과 인천, 대전, 세종, 제주에 각 1대씩만 도입된 상태다. 

7대 광역시에서조차 울산과 대구, 광주는 1대도 도입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 이번 울산 고층빌딩 화재사건 당시 부산에서 화재진압을 위해 고가굴절사다리차가 오는데까지 걸린 시간이 6시간 가량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일 오후 11시 14분경 화재신고가 119에 접수됐지만 울산시소방본부는 신고접수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하고도 고가굴절사다리차가 없어 진화에 애를 먹었고, 9일 오전 4시53분경 부산으로부터 사다리차가 도착한 후에야 초기 화재진화에 나섰다.

8일 오후 11시경 울산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이번에는 부산에서 고가굴절사다리차가 왔지만, 오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면서 “울산에만 30층 이상 고층건물이 100개가 넘고, 아파트 32곳 2만1670세대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와 소방청 등과 긴밀히 협의해 연말 국회에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국민의힘도 서 의원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반복되는 고층건물 화재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서면논평을 발표했다.

홍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고층건물의 화재 발생은 예견된 사태이다. 전국에 200m 이상의 초고층을 포함해 30층 이상의 고층건물은 약 4700개에 달하고 있다”면서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인명피해 소식은 없다. 하지만 고층건물의 화재 발생은 예견된 사태”라고 평했다.

나아가 “화재 시 대피에 어려움이 있고 대형화재로 순식간에 번지는 고층건물은 이번 화재에서 보듯이 우리 소방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제점을 노출했다”면서 “이 기회에 전국 시도 단위로 가동 가능한 소방장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신속히 대책 마련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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