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국민연금의 현행 보험료율인 9%를 유지하면서 국민연금 소득상한액을 건강보험 수준으로 인상하면 기금운용수익까지 포함해 1314조원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보험료 9%를 유지하면서 소득상한액을 건강보험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장기재정 추계 상 보험료 수입은 829조 5360억원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늘어나는 기금운용수익까지 합하면 1314조66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소득상한 인상 시 기금소진연도는 4차 장기재정추계보다 5년 연장된 2062년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보험료 수입증대는 현 보험료율을 18% 이상 인상한 것과 유사하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장기재정추계를 실시하며, 지난 2018년 제4차 재정 추계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추계 결과 기금이 가장 많이 쌓인 ‘최대 적립시점’은 2041년이고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수지 적자시점’은 2042년이며, 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은 2057년이었다.
이후 정부는 국민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2018년 12월 ‘4가지 개혁안’을 내놓았다. 4가지 개혁안 중 3번째와 4번째안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각각 12%,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도 45%, 50%로 올리는 안이었다.
참고로 현 보험료 9%를 44% 이상 인상하는 보험료율 13%를 적용할 경우 기금소진시점은 2057년에서 2062년으로 5년 늦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부의 4가지 제시안은 발표 이후 국회 관련법 발의 등 구체적 후속 조치나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올해 7월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현행 제도 유지 시 소진시점은 2018년 추계보다 2년 빨라진 2055년이며, 2090년 적자만 1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국민연금 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후세대의 엄청난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필수과제인 보험료 인상 등 개혁조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다수 경제활동인구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는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 2017년 소득 기준 근로소득자 40% 가까이 면세이고, 연 4600만원 이하 소득자 실효세율이 2.8%임을 감안하면 보험료 9%는 상당한 액수이다.
현재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월 소득의 상한액은 503만원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월 503만원 소득자나 1억원 소득자나 납부하는 보험료는 503만원의 9%인 45만2700원이다. 500만원 소득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는 소득의 9%이지만 1억 소득자에게 연금보험료는 소득의 0.45%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노후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적정한 보험료 인상이 필수지만 이를 위한 선행과제는 더 부담할 수 있는 계층이 제대로 내게 하는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 도입 이후 소득상한액 인상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단적으로 1995년 소득상한액이 월 360만원이었는데 2009년까지 15년간 360만원이 유지됐다. 이는 소득상한액 인상이 보험료 납부보다 많은 연금을 받는 구조상 더 많은 재정 지출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금지급액 산정에 반영하는 소득상한액과 보험료 징수 소득상한액을 별도로 적용하면 수입요인은 늘지만, 지출요인은 변동이 없다.
이미 보험료와 급여 혜택의 차이가 전혀 없는 건강보험의 경우 월 소득상한이 9980만원에 이르며, 국민연금처럼 현금 급여를 제공하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아예 소득상한액 자체가 없다. 반면 고용산재보험이 지급하는 구직(실업), 육아휴직, 휴업, 장해급여 등 지급에는 상한을 두어 소득과 상관없이 가입자 간 수급 격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병원 의원은 “보편적 노후보장 및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의 통합사회보험인 국민보험이나 네덜란드 국민연금인 AOW처럼 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내지만 노후연금액은 거주 또는 납부 기간에만 연동하는 전면적 개혁도 검토해야 한다”며 “전국민고용보험으로 촉발된 소득기반 보험료 징수 추진과 함께 사회보험의 완전한 징수통합과 소득상한제도 전면개편 등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근본적 변화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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