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68)’과 인지 부조화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68)’과 인지 부조화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10-14 12:36:24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필자의 영화 보기는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기억나는 작품 몇 편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67년 3월 대전 시민관에서 개봉된 <방랑의 결투(원제는 ‘대취협(大醉俠)’, 1966)>, 1968년에 개봉된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1965)>, 그리고 중 3이던 1969년 친구와 땡땡이(?) 치고 본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올리비아 핫세(Olivia Hussey)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1968)>을 들 수 있다.

“매혹적인 눈동자, 길고 곧은 코, 청순한 미모 그리고 감춰진 듯 번득이는 정열에 이르기까지 올리비아 핫세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한 줄리엣이다” 감독이 그녀를 보며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우리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준다. 필자를 비롯한 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청소년들에게는 영

원한 여인상이며, 50년이 더 지난 오늘도 아련한 추억 속에 잠기게 한다. 필자의 낚은 일기장 속 1974년 6월 2일(일)에는 “액자(₩500), 잉크(₩80), 모조지(₩30)를 사 가지고 와서 올리비아 핫세의 사진을 걸어 놨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니노 로타(Nino Rota)가 만든 서정적인 주제음악 “A Time For Us” 역시 대표적인 사랑의 테마음악으로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

“비슷한 품위의 두 명문 가문(몬테규가와 캐플릿가)이 있었으니 우리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아름다운 ‘베로나’에서 해묵은 원한이 다시금 불화를 불러 피를 피로써 씻는다. 두 원수 집안의 자식들이 한 쌍의 불행한 연인이 되어 죽음을 택하니 이들의 불행하고 애처로운 죽음으로 그들 부모의 분쟁을 묻게 한다.” 영화는 이러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내용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두 청춘 남녀의 비극적 사랑이 양가의 화해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만 살펴보고자 한다.

이 슬픈 이야기를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하는데, 부모들이 반대할수록 애정이 더 깊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사이에는 인지조화(일치)가 이루어진데 반해, 적대적 관계에 있던 부모를 비롯한 타인들의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다. 여기에서 인지(認知, cognition)란 어떤 현상의 실체에 대한 ‘지각’, ‘판단’, ‘사고’ 등의 지식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인지부조화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은 종말론 신도집단의 행태를 연구한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제시한 이론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픈 여우가 포도밭에 몰래 숨어 들어가 먹음직하게 익은 포도를 따 먹으려 했으나 아무리 애를 써도 따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여우는 ‘저 포도는 시어서 먹을 수 없다’고 말한다(이솝 우화). 이같이 실패를 부인하기보다는 핑계를 대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우를 뜻한다. 즉, ‘믿음’과 ‘현실’이 다를 때 ‘부조화’를 겪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를 바꿔야 하는데, 현실을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믿음에 맞춰 합리화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광고에 이용되기도 한다. 고가의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망설이는 소비자를 위해 ‘당신은 성공한 사람이고 충분히 이 물건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고객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구입한 후에도 제품에 대한 기대와 성능이 일치하며 올바른 소비를 한 것이라고 재확인을 해줘야 소비자의 인지 부조화가 감소하고 재구매율도 높아진다(이동귀,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21세기북스, 2016.). 그리고 병원 마케팅에도 이용된다. 보험 수가를 내고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터무니없이 비싼 비보험 수가를 내고 치료를 받은 경우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는 역설이 성립하기 때문이다(“인지 부조화(認知不調和)”, Art & Media, 2008.10.24.).

죽음으로써 사랑을 완성한 로미오와 줄리엣, 그 두 사람의 죽음이 양가의 피를 부르는 ‘갈등’(인지 부조화)으로부터 ‘화해와 베로나의 평화’(인지 조화)를 가져오게 한다. 그들의 불멸의 사랑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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