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맞은 유통가…코로나發 '독한' 칼바람 몰아칠까

인사철 맞은 유통가…코로나發 '독한' 칼바람 몰아칠까

기사승인 2020-10-27 04:37:0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온라인으로 경영진들의 보고를 받고 있다. / 사진=롯데그롭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올해 코로나19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유통업계가 연말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사업모델을 온라인으로 재편하고, 위기 대처에 따른 질책성 인사도 예상되는 만큼 업계에선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매년 12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에는 그 시기가 11월로 당겨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8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면서부터 조기 인사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2인자’로 불렸던 황 부회장 대신, 이동우 사장을 선임하면서 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지난 5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디지털 전환 등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주문한 뒤 이뤄진 인사라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당시 롯데지주와 롯데물산, 롯데하이마트 등 일부 계열사 대표들도 교체됐다. 롯데가 연말 정기 인사철이 아닌 시기 임원 인사를 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신동빈 회장이 현재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들도 잇따랐다. 

현재 롯데그룹은 유통과 화학 모두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둘 다 그룹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는 분야들이다. 올해 2분기 롯데의 유통과 화학부분의 영업이익은 각각 98.5%, 90.5% 씩 감소했다. 

인사 규모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계열사 대표 22명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던 바 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롯데지주는 지난 6월 이후 임직원 30여명을 줄이는 등 몸집을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부분만 도려내 두 달가량 앞당겨 인사를 발표했다.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명분으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그룹 온라인몰인 SSG닷컴 대표로 내정했다. 이날 인사로 이마트 부문의 대표 자리 13개 중 절반에 가까운 6개를 교체했다. 기존 100여 명이던 임원 수는 90여 명으로 축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마트 부문은 신세계그룹과 함께 매년 12월 1일 정기 인사를 해왔지만, 지난해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낸 뒤 한 달 이상 앞서 인사를 내고 있다. 다가올 신세계그룹 백화점 부문 정기 인사 역시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431억27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CJ그룹도 정기임원인사를 지난해보다 두 달 앞당겨, 이르면 이번 주에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쇄신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만큼, 올해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분기 코로나19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CJ대한통운 역시 동기간 비대면 소비 증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CJ CGV와 CJ푸드빌의 인사는 여전히 안개속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일각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이선호 씨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변종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빠른 인사를 통해 미리 조직을 안정시켜 내년도 사업의 고삐를 쥐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 불확실성 증가로 대대적 물갈이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세대교체와 온라인 퍼스트 등의 명분으로 ‘깜짝 인사’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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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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