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LG배 결승서 ‘반칙패’ 해프닝

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LG배 결승서 ‘반칙패’ 해프닝

변상일, LG배 결승 2국서 커제에 반칙승
커제, 사석 관리 규칙 두 번 위반해 ‘경고 누적’
세계대회 결승 역사상 첫 반칙승으로 종국
23일 속행하는 결승3번기 3국에서 우승자 결정

기사승인 2025-01-22 16:59:38 업데이트 2025-01-22 17:06:40
변상일 9단(오른쪽)이 22일 열린 LG배 결승2국에서 커제 9단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한국기원 제공

메이저 세계대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중국 바둑 레전드 커제 9단이 ‘한국룰’에 덜미를 잡히면서 ‘반칙패’를 당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커제 9단은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신관 대회장에서 열린 제29회 LG배 결승3번기 2국에서 변상일 9단에게 82수 만에 백으로 반칙패를 당했다. 이는 ‘사석 관리’ 규정을 두 번 어기면서 발생한 사태로, 한국 바둑 룰에서는 ‘경고’가 2회 누적되면 ‘반칙패’ 처리한다.

대국 개시 10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커제 9단은 18수를 착수한 후 사석(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아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받았다. 심판을 맡은 유재성 5단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결과였다. 중국 측은 심판 판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고, 이로 인해 대국이 30분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이어 재개된 대국에서 80수 무렵, 커제 9단이 다시 한 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사석을 사석통에 넣지 않고 자리를 뜬 커제 9단의 실수를 변상일 9단이 지적했다. 이에 다시 판정에 들어간 유재성 심판은 커제 9단에게 ‘경고 누적’으로 인한 ‘반칙패’ 판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중국 측의 이의제기가 있었지만, 한국 바둑 경기 규정에 대해 한국기원이 중국기원 측에 대국 전 사전에 고지했던 점, 영상 판독 결과 문제의 장면 후에 커제 9단이 추가로 한 차례 더 착수하면서 대국이 진행됐던 점 등을 근거로 최종 반칙패가 선언됐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나온 첫 반칙패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바둑 경기 규정을 개정하고 11월8일부터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적용했다. 시행에 앞서 중국을 비롯한 모든 외국 단체에 개정사항을 공지했으며, 세계대회에선 지난해 11월 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번 경우는 한국 바둑 경기 규정 제4장 벌칙 제18조 경고 조항 중 ‘사석을 통에 뚜껑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와 제19조 반칙 조항 중 ‘경고가 2회 누적된 경우’에 해당된다. 

커제 9단의 규칙 위반 이후 바둑판에는 덮개가 씌워졌다. 중국 측이 항의했지만, 판정 번복 없이 반칙패가 그대로 인정되면서 변상일 9단이 세계대회 결승 역사상 첫 반칙승을 거뒀다. 한국기원 바둑TV 생중계 화면 캡처

한국기원 바둑TV에서 이날 대국을 생중계한 박정상 9단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규칙 위반 시 심판이 적극 개입하는 건 한국 바둑계에서 룰이 됐다”면서 “예전부터 중국 기사들이 사석을 규정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 기사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9단은 “커제 9단은 물론 변상일 9단도 이번 일로 심리적인 타격이 있을까 우려된다”면서 “내일(23일) 속행하는 3국에서 두 선수가 마음을 잘 추스르고 멋진 대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변상일 9단이 커제 9단에게 반칙승으로 첫 승리를 따내면서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변 9단 기준 1승7패가 됐다. 이날 변 9단의 승리로 LG배 스물아홉 번째 우승자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속개되는 최종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2년 연속 LG배 결승에 오른 변상일 9단은 LG배 첫 우승과 함께 메이저 세계대회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변 9단은 지난 대회 결승에서 신진서 9단에게 패배하면서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메이저 세계대회 8회 우승을 자랑하는 커제 9단은 9번째 메이저 타이틀 사냥에 나선다. 커제 9단이 우승한다면 구리 9단을 뛰어넘고 중국 바둑 기사 중 메이저 세계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된다.

LG배는 지금까지 스물여덟 번의 대회에서 한국이 13회로 최다 우승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이 12회로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어 일본이 2회, 대만이 1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제29회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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