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두고 업계 내부에서 시장 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가주택 보유자가 세 부담을 느껴 주택을 매각하려 해도 양도세와 취득세 등에서도 모두 세 부담이 늘어 매도·수자 모두 거래에 선뜻 나서지 못할 거라는 설명이다. 이밖에 건보료 부담도 가중돼 은퇴세대 등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을 발표했다. 연구원은 현실화율 도달 목표를 80%, 90%, 100% 등 3개 안으로 제시하고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 유형별 현실화율 제고 방식으로 다시 3가지를 제안했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업계에서는 90% 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화율을 90%로 맞출 경우 공동주택은 10년, 단독주택은 15년, 토지는 8년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15억원 이상 고가는 매년 공시가격을 3%p씩, 9억원 미만 중저가는 3년간 1%p 미만으로 높일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세 부담 문제 등 그간 지적된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가율에 맞추는 게 옳은 방향이라 본다”면서도 “시장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현실화율에 따라 결국 보유세 부담이 작용할 텐데, 거래되는 세금 등에 대해선 완화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 매각하려 해도 양도세와 취득세가 모두 올라 부담이 될 수 있고, 매수자 입장에서도 대출 등이 막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은퇴세대 등은 부담이 분명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료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관측되고 있다. 현실화율이 90%까지 높아질 경우 2030년 건보료는 올해 대비 월 3만6910원(16.4%) 가량 증가한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올해(269만9160원)대비 44만2920원 가량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건보료 부담이 더 높아진다.
정수연 교수(제주대 경제학과)는 “소득 없이 저가 주택을 보유한 일반 서민의 경우 소액이라도 매월 부담해야 하는 건보료가 인상되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는 하지만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공시가격 상승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거주하는 지역을 나누고, 집값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세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사람들만 그런 집에 산다는 의미”라며 “그럴 경우 좋은 지역의 비싼 주택일수록 경제상황이 여유로운 사람들만 사는 곳이라는 의식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전에는 좋은 주택으로 이사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제는 해당 가구의 소득수준도 함께 받춰 줘야 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거주지역의 이동이 봉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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