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와 함께 사라진 청년들...살 곳은 어디에

전세와 함께 사라진 청년들...살 곳은 어디에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 상승 따라 전세대출도 증가
LH전세임대·SH청년주택, 해결책 못 돼…매물 없거나 임대료 비싸
방쪼개기 등 불법건축물, 시정조치 안돼

기사승인 2020-11-10 07:05:02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최근 월세계약 만료를 앞둔 직장인 A씨는 전셋집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기존 월세보다 좀 더 경제적으로 생활하기 위함이었다. 서울 외곽지역도 상관없었다. 자취생활 5년차인 A씨는 부동산 발품을 파는 데에 있어 나름의 노하우와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매물 자체가 없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연 전세 문제가 으뜸이다. A씨는 단순 기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조차 A씨와 같은 상황이 언제라도 펼쳐질 수 있다. 쿠키뉴스는 수많은 A씨들의 주거 문제에 대해 살펴봤다.

사진=박태현 기자


“최근에 전세계약을 마쳤다. 대방역 중심으로부터 가깝거나 번화가도 아니었는데 매물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한 달 내내 이 지역만을 살펴보다가 구하게 됐다. 기사에 나오던 대로 전세매물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 있던 매물도 금방 금방 사라졌다” (서울 영등포구 대방역 근처 거주 A씨)
이른바 ‘전세대란’ 시대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전국 월간 주택종합(공동주택·다세대연립·단독다가구) 전세가격은 0.47%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전국 전셋값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덩달아 대출 규모도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99조1623억원)보다 2.5%(2조5205억원) 증가하면서 201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전세가격의 상승세는 지난 8월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된 임대차법 시행 이후다. 계약기간이 최대 4년이 되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늘었고 이에 따라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임대료도 4년에 한 번씩 올릴 수 있게 됨에 따라 마침 계약이 끝난 집주인들은 이때가 아님 4년 뒤다 싶어 임대료를 올렸다.

임대차법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추가 2년의 주거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지만 새로 전세를 구하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전세 가격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안세진 기자


“월세 60만원 수준에 2인실이다. 물론 각 방이 있고 거실을 공유한다. 월 30만원씩을 내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동거를 하는 셈인데 결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는 아닌 거 같다. 최근에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만큼 여기에 당첨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역세권청년주택에 당첨된 A씨)

A씨들이 정부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이나 서울시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청년주택을 고려 안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들의 주거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LH청년전세임대는 일반 전세보다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세임대의 복잡한 절차와 요건 등을 이유로 집주인들이 중개업소에 매물등록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임대는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이 거주를 희망하는 주택을 찾아오면 LH가 해당주택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임대 취급하는 부동산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가입조건 등이 까다로운 데에 반해 혜택도 있는 게 아니라 집주인들이 대체로 등록하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역세권청년주택도 높은 임대료로 청년들에게 좌절을 안기고 있다. 역세권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만19~39세 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당초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로 공급하겠다는 게 취지지만 이같은 매물은 일부에 불과하다. 저렴하게 공급되는 공공임대 물량은 일반 민간임대 물량에 비하면 굉장히 적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실률도 높다. 소병훈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신혼부부 민간임대 청년주택 입주율은 60%로 10세대 중 4세대가 공실로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올해 4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마포구 서교동 청년주택 민간임대의 경우 보증금 1억3760만원에 월세 66만원, 또는 보증금 3060만원에 월세 108만원 수준이다. 이는 인근 마포한강푸르지오2차(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5만원)나 명지한강빌드웰(보증금 1000만원, 월세 75만원)에 비해 더 높다.

민간이 아닌 공공임대로 들어간다 해도 당첨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지난 9월 서울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최고 경쟁률은 140대1을 기록했다.

사진=장경태 의원실


“집이 필로티 구조거든요. 집 문을 열다 보면 문이 안 열릴 때가 있어요. 경사가 져 가지고. 한참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굉장히 불안하더라구요. 기울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니까. 위에 증축을 해가지고” (불법 증축된 집에 월세살이 중인 A씨)
이제 A씨들을 유혹하는 건 고시원으로 둔갑한 원룸 등과 같은 불법건축물이었다. 불법건축물은 지자체로부터 적발돼도 법적 처벌이 미미한 만큼 시정조치 없이 다시 임대가 이뤄지는 일들이 허다하다.

서울시가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위반건축물 및 방쪼개기 현황’에 따르면 시정률은 2016년 11%에서 해마다 줄어 2020년 8월 2.39%로 추락했다.

지난 9월 청년 주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관악구 대학동을 방문해 불법건축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방쪼개기 등과 같은 행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직거래와 부동산 중개거래로 총 10곳의 건축물을 조사했다.

10곳 중 2곳은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었다. 각 2010년, 2011년에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으나 아직까지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2곳은 지난 2007년 위반건축물 표기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증축·개축된 채 방쪼개기로 임대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남은 6곳은 아직까지 적발된 적은 없으나 위반건축물에 해당하는 시설이었다. 노유자시설, 사무소, 점포, 다중주택 등이 원룸 임대업에 사용되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서 A씨는 “당장 살 집이 필요한데 살 데가 없다”며 말을 마쳤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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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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