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구해야 하는데”…‘실거주’ 규제에 묶인 전세매물들

“하루빨리 구해야 하는데”…‘실거주’ 규제에 묶인 전세매물들

기사승인 2020-11-12 06:30:02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곧 재건축에 들어간다고 해서 하루빨리 새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데 매물이 없어요. 광명, 금천, 구로 쪽을 보고 있는데 전혀 매물이 없어 걱정스럽습니다” (직장인 A씨)

#“매물 보러 많이들 오십니다. 근데 매물이 없어요.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면서 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게 된 영향이 있고, 그래서 어쩌다 나온 매물은 호가가 높습니다. 임차인이 갱신청구권을 사용할 것을 고려해 임대인이 미리 값을 올린 거죠” (서울 마포구 B공인중개사)

최근 전셋집을 알아보는 A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의 재건축 시기가 임박해 오면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최근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격 상승보다도 이같이 매물이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매물 품귀 현상의 근본 원인은 정부 정책의 ‘실거주’ 항목이라 주장했다.


매물 없거나 비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말 정부의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7월 1만3190건 ▲8월 9674건 ▲10월 6292건으로 조사됐다. 7월과 10월의 거래수를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년 전과 단순 비교하면 2019년 10월 1만2248건의 거래수는 올해 10월 6292건으로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단독·다가구주택와 다세대·연립주택의 거래건수도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단독·다가구 거래수는 지난 7월 4903건에서 10월 3804건으로 감소했다. 다세대·연립주택은 7월 6999건에서 10월 4465건으로 줄었다.

전세매물이 줄어든 여파로 전셋값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기준 전국 월간 주택종합(공동주택·다세대연립·단독다가구) 전세가격은 0.47% 올랐다.

상황이 이러니 대출 규모도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01조68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99조1623억원)보다 2.5%(2조5205억원) 증가하면서 2016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사진=박태현 기자


부메랑 된 실거주 정책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임대차법이, 간접적으로는 각종 정책 내 ‘실거주’ 조건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계약기간이 최대 4년이 되면서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늘었고 이에 따라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임대료도 4년에 한 번씩 올릴 수 있게 됨에 따라 마침 계약이 끝난 집주인들은 이때가 아니면 4년 뒤에나 가능해 임대료를 올렸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개정된 임대차 3법이 시행 4개월차를 맞았으나 개정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을 빚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대책이 없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속적·장기적인 제도와 시그널을 마련해줄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실거주자 중심의 정책도 아파트 전세대란에 한 몫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실거주가 우선시되다 보니까 매물로 나오지 않게 되고 여기에 세금 혜택도 줄여가는 과정 속에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현재 실거주 요건을 달고 있는 정책 내용을 살펴보면 ▲규제지역 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실거주 ▲규제지역 내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혜택 받으려면 1년 이내 실입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받으려면 6개월 이내 실입주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집 구매 시 6개월 내 실입주(유주택자 불가)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권 받기 위해 2년 실거주 ▲고가주택 1가구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 받으려면 2년 이상의 실거주 등이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정부가 실수요자 우선정책을 펼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실거주’ 단어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나와야 하는 매물이 급감하고, 양도세 혜택을 줄여가는 과정 속에서 보유자들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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