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환경개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기업의 체질 개선에 따른 지속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올 7월에 발간한 2020년 통합보고서인 ‘비욘드 스틸’에 따르면 책임 있는 사업 , 자원순환 경제, 지속가능한 사회 등 현대제철의 3대 지향점과 이를 위한 4대 추진전략 등 지속가능경영의 중장기 전략이 담겨 있다. 특히 환경과 사회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계획부터 ‘제철소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며 “약 3500억원 규모의 투자비용이 들어가지만 탄소배출권 감축량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5~6년 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환경개선을 위해 초기 비용이 투자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와 함께 영업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룹 중점 사업인 수소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변화의 물꼬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10월수소 비전발표와 함께 수소의 생산능력을 10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수소 사업의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했다.
현대제철의 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3500t(톤) 수준으로 이는 수소차 약 47만대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16년 약 500억원을 들여 수소공장을 지은 현대제철은 제철소에서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생(副生) 수소의 일종인 코크스가스를 주로 이용해 수소를 만들었다.
부생 수소는 공장의 생산 공정 특성상 그냥 생기는 수소라 생산 단가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철강 공정에서 나오는 코크스가스는 수소 함량이 57% 정도로 낮아 이를 수소차 충전에 쓸 수 있을 정도인 순도 99.999%로 정제하는 데는 부가적인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현대제철은 고로가스(BFG)나 전로가스(LDS) 등을 추가로 재활용해 수소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고로가스는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고 쇳물을 만들 때 고로에서, 전로가스는 강철을 만드는 제강 과정에서 전로에 있는 용선과 산소가 반응해서 생긴다.
수소사업은 주 공급사이자, 그룹 대표회사인 현대차의 수소 로드맵과도 결이 맞는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수소차에 투자, 연간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신재생 발전시스템 구축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한 제품의 환경 성능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와 공정 중 발생하는 부산물 활용 효과까지 산정하는 환경성적표지(EPD)인증을 더욱 확대해 환경 친화적인 제품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제철은 당진시, 충남도와 함께 제철소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을 위해 상호협력을 다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폐열 회수, 연료절감, 에너지 효율 향상, 환경개선을 위한 오염물질 처리설비 설치, 방지시설 개선, 부산물의 관내 재활용 및 자가처리 확대를 통한 환경부하 저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약 4900억원을 투자해 제철소 환경개선을 추진하는 등 협약 내용을 이행할 계획이다.
또한 2025년까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설치를 통해 코크스 냉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연간 약 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방지시설 추가 설치 및 개선,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을 위한 육상전력 공급장치(AMP)설치 등 전방위적 환경개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올해 6월, 3소결공장 개선공사를 조기 완료함으로써 모든 소결공장의 청정설비 개선을 마쳤다.
그 결과 올해 대기오염물질 예상 배출량은 8000톤으로, 이는 청정설비가 비정상으로 가동하기 직전 시점인 2014년 1만4978톤보다 약 4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자발적 협약 기준인 2016년 배출량 2만3477톤보다는 약 6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환경단체에서 문제제기한 고로 브리더 배출문제도 세계 최초로 고로 브리더 오염물질 배출 획기적으로 줄이는 가스 청정 밸브를 설치해 제철소 오염물질 배출 최소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국제 특허 출원과 유럽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당진제철소 1~3고로 모두 밸브 설치를 완료했다.
이 설비는 직경 1.5m, 길이 223m 파이프로 현대제철이 지난해부터 고로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집중 개발한 `1차 안전밸브`다. 공식 명칭은 안전밸브지만 기능은 `가스 청정 밸브`인 이 파이프는 고로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92~97% 저감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설비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고로 브리더에 대한 오염물질 배출 논란이 발생하자 즉각 네덜란드 엔지니어링 기술 회사인 다니엘리 코러스(Danieli Corus)와 협업에 착수해 빠르게 대응해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로 브리더 개방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제철소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로 브리더는 고로가 너무 뜨거워져 폭발하지 않도록 숨통을 터주는 일종의 안전밸브로 평소에는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기에 2회 정도 진행되는 정기 보수 때 휴풍과 재송풍 작업 시 5분에서 30분 정도 폭발·화재 방지를 위해 개방된다. 이때 증기와 함께 분진 등이 일부 배출된다.
이에 현대제철은 가스 청정 밸브를 설치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에 개발한 밸브는 기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폭발 등 사고를 막기 위해 고로가 작동 중일 때 외부 공기 유입을 방지하는 스팀 주입 시설을 역으로 이용하는 원리다.
원래 고로는 외부 저장소에 있던 가스를 탈습설비와 집진설비를 거쳐 증기 형태로 주입해 내부 압력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탈습설비와 집진설비를 반대로 고로에서 빠져나가는 잔류 가스가 거치도록 한 다음 추가로 설치한 1차 안전 밸브를 통해 빠져나가게 했다. 대형 파이프를 설치하면서 다른 추가 정비 없이도 가스 청정 설비를 갖추게 됐다.
현대제철은 현재 휴풍 작업에는 1차 안전밸브를 완전히 적용했으며 올해 안에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재송풍 작업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고로 잔류가스 정화 배출 설비와 솔루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적용한 만큼 향후 고로 브리더를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진제철소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1차 안전밸브 설비는 고로의 환경 설비이기 때문에 국내 및 해외 제철소가 설치를 원할 경우 적극적으로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동일 사장은 “이제 기업이 경제발전의 역할만 수행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환경규제 준수의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선진화된 환경 시스템 구축 및 개선 활동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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