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의 지난 10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전월대비 각각 10조6000억원, 9조2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004년 이래 10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기업대출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8조2000억원)이 급증했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까닭은 주택 매매·전세 관련 자금 수요에다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까지 겹친 탓이다. 또한 주식투자를 위한 신용대출(레버리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현재 은행권의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지표라고 할 수 있는 LCR(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은 전년동기 대비 하락한 상태다. LCR은 은행이 금융위기와 같이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버틸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LCR가 높으면 위기 상황 때 은행에서 외화 자금이 빠져나가도 즉시 현금화할 자산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비율이 저조하다면 그만큼 리스크 대비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관리해온 규제 비율은 원화 100%, 외화 80%였다.
올해 3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 비율을 살펴보면, 농협은행(100.26%)을 제외하고 4대 주요 은행들의 유동성지표는 하락했다. 국민은행(91.48%), 하나은행(95.61%), 신한은행(92.56%), 우리은행(93.46%) 등 모든 시중은행들의 유동성지표가 전년과 비교해 하락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은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LCR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비율은 상대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바젤Ⅲ 개편안 도입에 따른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3분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금융지주사 계열 은행의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분기 BIS비율은 평균 17.24%로 전분기 대비 2.2%p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기업들의 원리금과 이자상환 여부에 따라 은행들의 건전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상장 금융지주 계열 은행에서 이자를 상환받지 못하고 유예를 신청한 대출 잔액(원리금)은 지난 10월 기준 4조5688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만기로 다가오는 신용대출과 기업대출에 상환 여부에 따라 은행에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LCR 하락은 현재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것이 향후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내년에는 판관비와 대손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코로나 대출 지원 종료에 따른 건전성 악화 우려 있지만 은행의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요인 등을 감안할 경우 2021년 대손비용은 2020년 대비 많아야 6~7% 증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또한 경기 회복과 맞물릴 경우 대손비용은 증가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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