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연말 개각 이후 개편될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여전히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꾸준히 기획재정부 등 관료 출신들이 회장 자리를 장악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라는 컨트롤타워가 인사 개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민간 보다는 관료 출신이 회장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관피아 논란 피해간 은행연합회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또다시 ‘관피아’ 논란은 일정부분 해소됐다. 관피아는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5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후에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요직을 장악한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최근 금융협회에 관료 출신들이 수장으로 선임되면서 관피아 논란이 거세게 불었다. 특히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손해보험협회 차기 후보로 사실상 내정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관피아들이 금융권에 내정되면 금융시장 발전 보다는 정권 코드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세간의 우려를 딛고 민관 모두 경험한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으로 낙점됐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현재 기획재정부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 과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역임했다. 이어 지난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정치적으로도 여야 모두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당시 청와대 비서실에 파견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한나라당(現 국민의힘) 전문수석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농협금융 증권 자회사가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기로 도마에 올랐고, 2011년 부산저축은행그룹 사태로 인해 검찰 기소를 받은 바 있다.
◆ 공석인 농협금융 회장 자리…관료 출신 차지할까
김광수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농협금융지주의 회장 자리도 공석이 됐다. 농협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김인태 농협금융 부사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고, 다음 달 신임 회장 절차 선임에 돌입할 예정이다. 농협금융 내규상 차기 회장은 경영 승계 절차 개시 후 40일 이내에 선출하게 돼 있다.
그동안 농협금융은 관료 출신이 회장 자리를 장악해 왔다. 역대 회장 중 2012년 초대 회장(신충식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 관료(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김광수 회장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민·관 모두 경험을 갖고 있는 금융인이다. 때문에 농협 노조에서는 회장 선임 때마다 관료 중심이 장악한 관치금융이라고 반발해왔다. 실제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으로 관치금융의 특성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에 농협금융지주 측은 “현재 민간과 관료 배제하지 않고 논의하고 있다”며 “회장 추천은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하고, 최종 결정은 농협중앙회가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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