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인터뷰] 최승재 “노동자의 ‘저녁 굶는 삶’이 전태일 정신일까”

[쿠키 인터뷰] 최승재 “노동자의 ‘저녁 굶는 삶’이 전태일 정신일까”

“보완 없는 법 시행으로 소득 양극화 심화 우려… 입법 보완 시급”
“전태일 열사, 노동자의 ‘행복’ 바랐을 것… ‘52시간제’ 본래 취지 퇴색”

기사승인 2020-11-28 05:00:03
▲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소득 감소로 노동자가 ‘투잡’에 나서는 삶이 전태일 열사가 바랬던 상황이었을까요. 기업과 노동자 모두 공생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아야 합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소상공인 1호 국회의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재임 당시 20대 국회에서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21대 국회 첫 입성 후 1호 법안으로 ‘소상공인복지법’ 입법에 나서며 소상공인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당 내에선 이같은 경력을 인정받아 ‘소상공인 살리기 특위’ 간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소상공인 전문가’로 통하는 최 의원은 주 52시간제의 본격 시행을 두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주 52시간제가 복지를 향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복지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제도를 뒷받침할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부 노조만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현장에선 시행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자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고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한다는 주 52시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탄력 근로제나 선택 근로제 등 입법적 보완이 없이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어디까지 피해를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 많은 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약자인 중소기업과 더 약자인 소상공인들은 극심한 혼돈을 겪고 있다. 현장에서도 폐업이 줄 잇고 있다. 이 가운데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11월 16일 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주 52시간제 준비가 안됐다’고 답한다. 전문가들도 도입 당시부터 업종별, 규모별 예외와 차등을 요구하며 입법적 보완을 촉구했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소득이 보전된다는 것은 일부 ‘귀족노조’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근로시간이 줄면 소득이 줄게 돼 있다. 대기업이 아닌 나머지 기업들은 근로자의 소득을 보전해줄 수 없다. 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산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 52시간제는 복지를 향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복지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대기업의 자본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접근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다뤄선 안 된다. 과연 정부가 어떤 국정철학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취약근로자, 임시근로자, 비정규직 등의 일자리를 다 뺏는 결과를 이끌었다. 나라의 성장 동력을 막아버렸다. 정부·여당은 민주노총,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국회 탓을 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보완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
 
▲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얼마 전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계기로 사회 각계에서 노동자의 인권이 재조명받았다. 주 52시간제의 ‘유예 시행’과 전태일 열사의 시대정신이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는가.

▶노동자의 진정한 ‘행복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전태일 열사를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아름다운 세상을 꿈꿨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가 바란 세상이 근로자들이 ‘투잡’에 나서고, 파견 야간근무를 나가는 것이었을까. 

주 52시간제가 시행된다면 조선업 협력사 근로자의 월 임금은 기존보다 약 10%(약 33만원)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퇴근 후 파견을 나가는 형식으로 야간근무를 한다고 한다. 이미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2곳 이상의 일자리를 가진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가 2배(15만3501명→25만5355명)가량 늘었다. 부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또 대다수 중소기업이 물량 자체를 줄이거나 생산자동화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하면서 일자리가 감소했다. 근로자의 삶과 휴식권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한 결과다.

전태일 열사의 시대적 과제는 ‘인간 이하의 노동환경 개선’이었다. 현재는 이에 더해 노동자의 ‘저녁 있는 삶’을 갖는 것이 과제다. 그러나 주 52시간 정책은 근로자들을 ‘저녁 굶는 삶’으로 내몰았다. 주 52시간 근무는 보편타당적 균형이 전제된다면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맞다. 다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고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주 52시간제는 기업과 소상공인을 내몰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 공멸의 길만 남길 것이다. 유예를 통해 상생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 개정을 놓고도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과 사회적 책임의 개념이 어떻게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업은 공정경제의 ‘절대 선’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이기 때문에 무조건 기업의 행위를 부도덕 행위로 몰고 가선 안 된다. 기업의 1차 책무는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발생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지만 ‘반기업정서’를 앞세운 기업활동 위축은 부당하다. 기업의 위축이 곧 다른 사람들의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율적 활동을 보장해주면서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마련까지 도모해야 한다. 

기업은 ▲불법·편법 경영세습 ▲불법 하도급,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기업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갑질 ▲중소기업 기술탈취 등 우리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공정경제의 절대 선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했을 땐 징벌적 손해배상 등 과중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 

다만 노사를 중심으로 ‘이분법적 편 가르기’에 나서선 안 된다. 기업의 활동을 무조건 부도덕한 행위로 몰고 가거나, 경제 논리보다 이념을 앞세운다면 ‘정치 선동’에 불과한 것이다. 또 지나치게 세세한 문제 발생까지 기업에 과중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진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진일보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투명한 기업활동을 유도해 기업경쟁력 강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갈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 합의도 아직이다. 취지는 좋지만, 여론몰이식의 성급한 정책 결정보다 적정한 기준점과 균형을 세운 논의가 필요하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