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도 첩약 검증해야… ‘첩약’ 급여화 놓고 범의약계-한의계 대립

의·약사도 첩약 검증해야… ‘첩약’ 급여화 놓고 범의약계-한의계 대립

복지부·의협, 지난 27일 의정협의체 운영 위한 3차 실무협의서 ‘의·약·한·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

기사승인 2020-12-01 01:00:03
한의원에서 약재를 고르는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첩약 건강보험급여화 시범사업’의 검증을 위한 별도 협의체로 의·약·한·정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하자, 한의계와 범의약계가 대립에 나섰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달 27일 의정협의체 운영을 위한 제3차 실무협의에서 ▲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9·4 의정합의에서 논의하기로 한 주요 의료 현안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을 의·약·한·정 협의체로 검증하기로 했다.

의사와 약사들이 첩약 시범사업 검증에 동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의계는 즉각 반대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이 한약에 대한 이해와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차별적 인식이 팽배한 집단인 의사협회를 협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아무런 일이 진행될 수 없음이 명확한 사실”이라며 “동일한 논리라면 의사들의 건강보험 급여화 사안과 수많은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한의계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을 위해, 국민에 의해, 국민의 정부가 돼야 하는 복지부가 언제부터 의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조직이 되었는가”라며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익단체의 구미에 맞는 정책과 행동만을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의사들을 위한 복지부가 되길 원한다면 그 책임을 지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계진 한의협 홍보이사는 “시범사업의 주체가 당연히 시범사업을 평가해야 한다”며 “의·약·한·정 협의체는 말 그대로 의약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단위에서 검증하는 것이 맞다. 건정심에 가입자단체 등도 포함돼 있다. 의·약·한·정으로 검증 주체를 한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시스템을 제공한 정부, 한의계, 이 제도를 활용하는 소비자가 함께해야 한다. 의약계 단체가 의견 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지지도 않을 것이면서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범의약계 단체들은 첩약 급여화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 등 범의약계 단체들은 앞서 7월에도 ‘첩약과학화촉구범의약계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통과를 저지하고자 했지만, 결국 건정심에서 통과돼 지난달 20일부터 첩약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범의약계는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이 되기 위한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를 자세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는 “첩약의 당사자는 당연히 한의계”라면서도 “비급여영역이 급여화된다는 것은 여러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건정심에서도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기존에 미진하다고 판단된 부분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 범의약계의 공통적인 주장이었다. 이러한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첩약으로 독자적인 질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한의학적으로도 치료하는 것이 첩약이다.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의사와 약사 등 관련 전문가 집단이 관여하는 건 당연하다. 첩약 급여화가 통과될 때 건정심에서도 해당 사항을 언급한 바 있다. 건정심에서도 범의약계가 주장하는 우려에 대해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되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약·한·정 협의체 구성이 건정심의 결정에 어긋나는 게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0일부터 시행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안면신경마비·월경통·65세 이상 뇌혈관질환 후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로 인해 본인 부담금액이 16~38만원 선에서 5~7만원 수준으로 경감됐다. 전국 한의원의 약 60%인 9000여개 한의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청구 시스템·약재 등록 미비 등으로 인해 시행되지 않는 곳이 아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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