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총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중 보건복지부의 예산은 전체 예산의 16%인 89조5766억원을 차지했다.
이중 공공의대 관련 예산을 놓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 심사 과정부터 여야 간 공방이 지속됐었다. 공공의대는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취약지 등에 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8년 폐교한 서남대학교 의대 49명 정원을 이용할 계획이다. 공공의대 학생은 입학금, 수업료 등 4년간의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고, 의사면허 취득 이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종사해야 한다.
복지위는 지난달 19일 전체회의를 두고 예산안을 결의할 계획이었지만,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 2억3000만원 배정 여부를 두고 합의하지 못해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료 인력양성이 필요한 만큼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여야가 공공의대 설계비 배정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90조원대 복지위 부처 예산이 심사 없이 정부안 원안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내졌다. 정부안에는 2억300만원의 공공의대 설계비가 포함됐었지만, 여당 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예산 확보를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필요성을 직접 설명한 끝에 11억8500만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다만,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지난 ‘9·4 의정합의’의 취지를 존중해 관련 법안이 마련된 이후‘ 공공의료 인력양성기관 구축 운영’ 사업 예산을 집행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한 예산은 앞서 지난해와 올해에도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아 전액 불용된 바 있다.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는 국회에서 공공의대 예산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9·4 의정합의’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의협은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해야 한다”며 “절차적으로도 이미 예산 소위에서 여야 협의를 통해 예산 삭감이 합의·의결된 것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국회 앞 1인시위를 통해 공공의대 설계비 포함 국회 예결위 통과는 ‘9·4 의정합의’에 반하는 졸속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단서조항에 나와 있듯이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한 ‘공공의대 설립 예산’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확대와 관련해서는 정부와 이미 어떤 방식으로 어디서 논의할지 정했다. 이제까지 반대해온 입장을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의협 내 의사결정기구인 범투위에서 간사를 맡고 있는 조민호 의협 기획이사는 “약속과 달리 밀어붙이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협상에 임하는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이 좀 더 해당 사안에 대해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오는 5일 범투위 회의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강도태 복지부 2차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은 서울 중구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의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협상에 돌입했다. 관련해 조 간사는 “당장 어떻게 하자고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의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듯 하다”고 말해 협의체 구성에도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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