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내년도 전공의 모집이 마무리됐다. 이중 소아청소년과는 181명 정원에 58명만 지원해 지원율을 33%를 기록했다. 소청과는 필수진료과목 중 하나지만, 비인기과로 분류돼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 중 하나다. 서울대병원도 16명 정원에 14명, 세브란스병원 14명 정원에 3명, 서울아산병원 8명 정원에 4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정원에 3명만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병원 관계자들은 ‘저출산’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음을 지적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사도 돈을 벌어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저수가로 인해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제까지 오로지 많은 환자를 보는 것으로 버텼는데 출산율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또 소청과에는 비급여 항목도 없고, CT나 MRI 검사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여파도 소청과에 불어닥쳤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학교도 잘 가지 않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소아 환자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올해 폐업하는 소아청소년과가 부쩍 많이 늘었다. 이러한 것들을 풋내기 의사인 인턴들이 먼저 알아차린 것”이라고 밝혔다.
현직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예비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지 말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청과 전문의는 먹고살 수가 없다”며 “현재 소청과를 개원한 사람도, 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던 이들도 모두 힘든 상황이다. 개원의의 90%는 빚을 내서 경영하고 있고, 봉직의들은 직장을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에 소청과 전문의를 따라고 하는 게 맞냐”고 호소했다.
이어 “소청과는 이제까지 환자 수로 먹고 살아왔다. 이런 의료체계는 선진국에서도, 후진국에서도 보기 어렵다”며 “소청과 내 모든 수가가 건강보험체계 내에 있는데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 정상화해달라고 정부에 매번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5년째 주장하지만, 바뀌는 게 없다.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이미 들어섰다 치더라도 이 불행한 상황에 소청과를 지원하라고 하는 건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공공의대 설립·의대 정원확대 등을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의 결과로 내년에 신규로 배출되는 의사가 예년과 비교해 9분의 1수준으로 낮아진 400명 내외가 배출될 전망이다. 임 회장은 “이들이 전공을 선택할 때 소위 인기과인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에 지원할 것”이라면서 “올해 소청과에 58명 지원했다. 내년에는 10명 내외에 불과할 것이고, 차츰 소청과를 선택할 의사가 줄어들게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발달했다고 하더라도 의료 술기는 위에서 아래로 배우는 도제식 교육으로 운영되는 부분이 상당수다. 교수로부터도 교육을 받지만, 위 연차의 전공의가 없다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임 회장은 “빅5병원도 정원을 다 못 채우는 상황이라 지방병원은 소청과 지원이 0명인 곳도 많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소청과 인프라 수준이 아프리카 수준까지 내려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는 개선 의지가 눈곱만큼도 없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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