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더 이상 마약 아니다”

UN마약위원회 ‘가장 위험한 마약류’ 목록에서 ‘대마’ 삭제

기사승인 2020-12-09 04:00:16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최근 UN마약위원회가 대마가 헤로인 등과 같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마약류 범주에서 제외했다. 이를 두고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는 대마가 의료적 효능이 없는 물질이 아님이 증명된 것이며, 마약으로 분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UN마약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대마초와 대마수지를 헤로인 등 다른 마약류와 함께 제4군(Schedule IV)으로 분류됐던 것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마초와 대마수지는 지난 1961년 체결된 마약단일협약에 따라 제4군, 가장 위험한 마약류로 분류됐었다. 이로써 대마초는 Schedule I(제1군)에만 남게 됐다. 1군에는 위험한 물질이지만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모르핀, 아편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된 것은 WHO ECDD(세계보건기구 약물의존성전문가위원회)가 권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WHO ECDD는 대마초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대마초는 ▲화학요법(항암치료)으로 인한 메스꺼움 및 구토 ▲통증 ▲수면장애 ▲다발성경화증과 관련된 뇌전증 및 경련 등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인 증거가 있으므로 사용할 것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 대마에 함유된 CBD는 의존성을 나타내지 않고 남용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석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는 UN마약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대마초가 마약 분류에서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면서도 “대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아직 많다. 하지만 담배도, 술도 문제가 있다. 둘 다 향정신성 물질이다. 심지어 UN에서 대마가 중독성이 더 약하다고 했다. UN에서도 인정했으니 한국에서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정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대마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에피디올렉스)만 유통이 가능하게 했다. 또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는데, 관련 예산이 떨어져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강 대표는 토로했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는 뇌전증 환자 중에서도 특정 증상이 있어야 처방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일부 큰 종합병원 내에서도 특정 신경과 교수들로부터 처방받아야지만 대마 성분 의약품을 받을 수 있다”며 “항암치료 중인 환자나 통증 환자, 수면장애 환자 등에 대해 모두 대마를 쓰라고 WHO가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UN 권고 사항에 맞게 대마초와 관련한 국내 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가 LA공항 면세점에서 대마 관련 제품을 사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올 때, 세관 공무원으로부터 강제추방 명령을 받고 있다. 앞으로는 UN이 대마에 대한 정의를 조정했기 때문에 외교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UN의 권고는 국제적으로 법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마에서 추출했다는 것만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을 불법으로 하는 것이 비과학적이고 편견에 따른 것이다. UN에서 제대로 정의를 내렸으니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마초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미국 하원에서는 4일 대마초로 인해 처벌받지 않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이미 대마가 합법화된 상태로 3명의 미국인 중 1명은 대마가 합법화된 주에서 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대다수가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