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준으로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병상은 전국에 총 48개에 불과하다. 방역당국이 중환자 치료를 위해 확보한 병상 541개 가운데 8.9%밖에 없는 것이다. 14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185명으로 전날보다 6명 증가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중환자 치료 병상 287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2260병상, 생활치료센터 4095병상 등을 더해 1만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수도권 내 매일 환자가 1000명씩 나오는 상황을 가정해 내린 조치다. 또 14일부터는 수도권 임시진료소 150곳에서 선제진단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방역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진석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은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가는 상황에 확진자가 더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병상과 인력 확보가 우선”이라며 “민간병원과의 협상, 협의를 통해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병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립이건, 사립이건 병상 동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가 2~3월부터 가을-겨울철을 대비해 대책을 세운다고 했지만, 전혀 없다. 정부는 K-방역에 취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주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역을 더 철저히 하겠다. 역학조사관을 늘리겠다는 말만 했다. 그때 병상을 늘렸어야 했다, K-방역에 취한 나머지 오판해 준비에 나서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환자 병상이 10개 미만으로 남았다는 건 환자가 퇴원하면서 보이는 착시”라며 “집에서 대기하는 확진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또 정부가 1만개 병상을 늘렸다고 하지만, 생활치료센터가 포함됐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상이 아니다. 병상 수로만 따지면, 하루 1000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다면 채 일주일도 못 버티고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 정부는 하루 빨리 민간병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의료계는 다른 대안을 내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일 온라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전용병원(코호트병원)을 지정하고 중환자 음압격리실 확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민간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 중환자실은 이미 비코로나19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 병상을 코로나19 중환자 관리용으로 내주면 보상하겠다는 건 탁상공론의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제한된 의료인력과 장비로 급증하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코로나19 전용병원 설치가 해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비용이나 행정절차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중환자 치료를 담당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해달라. 의협과 관련 의료인단체, 학술단체들과 협조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파격적 지원과 보호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의협의 지적에 우석균 공동대표는 대구·경북으로 유행했던 시기의 경험을 언급했다. 우 대표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초기 2~3주는 동산병원, 대구의료원 등을 거점형 병원으로 운영했다. 이때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70%의 사망자는 인공호흡기도 못 껴보고 사망했다. 지역 의료붕괴가 생긴 것.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병원, 영남대병원 등 민간병상이 동원된 이후 의료시스템이 안정되고 사망자도 감소했다. 국가 재난 상황에 최고의 역량이 동원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험으로 배웠다”고 강조했다.
대형병원 중환자 병상을 비우면 다른 환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응급수술을 미루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 우 대표는 “현재도 대학병원에서 비응급 수술이 행해진다”며 “수술을 미루고 병상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또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한군데 모아놓는다거나 공공병원으로 한정해서 코로나19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 국립 및 사립대 종합병원이 나서야 한다. 병상과 중환자실을 함께 내놔야 한다. 국가 재난상황에 대형병원이 나서야 한다. 지금은 사람을 살려야 할 때다. 모든 병원이 앞장서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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