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제한 조치로 임차인의 고통과 부담이 크다"며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지는 것이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다"고 언급한 지 하루만이다.
민주당에서는 '법으로 임대료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출신인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집합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50%를 깎고 집합금지 업종에는 임대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임대료 멈춤법(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집합금지 업종에 기존 임대료의 50% 이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하는 '반값 임대료' 법을 냈다.
문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임대료를 묶자는 주장도 나온다.
임대료 멈춤법을 발의한 이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이 필요한지 질문에 "지금 코로나 단계에 더 가속화하고 심각해진다면 그런 부분도 함께 열어놓고 생각해놔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도 전날 매출 손실에 연동한 임대료 제한, 각종 대출에 대한 이자 면제, 공과금 면제 등을 긴급재정경제명령권으로 조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임차인의 고통을 이유로 정부가 임대인들의 재산권을 무리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헌법 13조에는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특히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임대인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문대통령의 공정한 임대료에는 '편 가르기'라고 반응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은 임대료를 받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아니면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또 편 가르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임대인=강자' '임차인=선한 약자'로 이분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과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병태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영업을 못하는 것은 정부 방역 때문이다. 그럼 정부가 책임을 져야지 왜 부동산 주인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가?"라며 "만약 이런 제도가 시행된다면 부동산 임대인은 임대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만큼 임대료를 올려서 계약을 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불확실성에 대처한다. 영업 안 하면 임대료 내지 말자고 하면 임대인들은 손실을 받아들이고 손해나는 짓을 감수할 것이라고 보느냐"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도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영업이 멈춰 임대료도 멈추려면 재산세, 공과금, 은행이자 다 멈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임대 소득은 얻지 못하게 막고 임대인은 모든 세금과 이자를 부담하라고 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임대료 멈춤법이 아닌 임대료 정부지원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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