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사과 행위 자체에는 호평하면서도 진정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사죄·반성’이라는 단어를 10차례 반복하며 발언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저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과정의 편의를 봐준 것들이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도 녹였다. 김 위원장은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더욱 성숙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나아가 당의 변화를 약속하며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당초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짜인 이달 9일에 맞춰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 심화로 잠정 연기했다.
이를 두고 서울권 대학에 재학 중인 A씨(24)는 “현재 정치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가 더 와닿는다. 한 정당의 대표 자리에서 직접 사과를 하는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 같다. 멋있다”고 호평했다. 이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걸 안고가기 위한 좋은 시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 ‘개인적인 사과’로 그칠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대국민 사과’를 놓고 당 내 의견이 갈렸던 만큼 당 전체의 의견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 내 반발 거세자 ‘직’을 걸기까지 했다.
경기도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씨(33·여)는 “결국 사과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민의힘이 변화하고자 하는 첫걸음을 뗀 느낌”이라며 “이후가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진짜 변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동안 실망한게 많아서 큰 기대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C씨(25)는 “김 위원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적 전략에 불과한 것 같다. 진짜 미안함을 담아 당 전체의 의견을 전하고자 했으면 사과문 작성부터 발표까지 내부 논의를 통해 의견을 모았을 것”이라며 “1명의 사과에 불과하다. 아직 그 구성원은 그대로”라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제는 말과 행동이 일치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사과가 개인만의 반성이 아니라 국민의힘 모두의 반성과 사과이길 바란다”며 “분명한 것은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당의 사과인지, 김 위원장 개인의 사과인지 지켜보겠다”며 “이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위한 지렛대는 아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친이·친박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명박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정동기 변호사는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4선 서병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의롭지 않았다. 당의 비대위원장이 사과해야 할 것은 여당의 입법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사과에 힘을 실었다. 70년대생 초선의원 모임 ‘지금부터’는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반성과 성찰은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라며 “전적으로 동의하고 공감한다”고 밝혔다. 4선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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