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역임할 당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여기에 변 후보자는 SH 부채를 줄이는데 공헌한 4·5급 상당 계약직 전문가들에게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을 어기고, 새로운 전문가로 자신의 제자를 채용한 사실도 밝혀져 그의 ‘노동과 공정‧정의’ 인식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이 문제였다는 변창흠 후보자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2016년 6월30일 개최된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 회의록을 보면 변 후보자는 김군 사고와 관련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규정하고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구의역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인 김군이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한 사고를 말한다. 대법원은 당시 서울메트로 대표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유죄를 확정했다.
김은혜 의원은 이를 두고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에 대해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했던 국정철학과 궤를 달리할 뿐 아니라 국민의 정서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판매왕 ‘비정규직’ 내몰고, 제자 채용
변 후보자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은혜 의원이 입수한 SH관련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 판결문’을 보면 변 후보자에 앞서 SH 사장을 역임한 인물은 과도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 조직을 강화해 택지를 매각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하기로 하고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을 방침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4일 SH는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통해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비정규직으로 뽑았다. 이후 7명 가운데 A씨와 B씨는 SH 내에서도 우수 사원으로 손꼽혔다. 이들의 연이은 매각 활동을 통해 2014년 4월 기준 SH의 부채가 10조 3000억원으로 감소하였으며 SH는 이들의 우수한 토지매각 실적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A씨는 두 차례, B씨는 네 차례 판매왕으로까지 선정됐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4·5급 상당의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기존 업무를 이어가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비서나 홍보지원 등의 사무지원원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사무지원원의 최고 직급은 9급(갑)에 해당함으로 마케팅 전문가들의 처우나 직군의 성격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통보였고, 억울함을 느낀 비정규직 마케팅 전문가들은 SH를 대상으로 소송에 돌입해 결국 승소했다.
아울러 변 후보자는 문제가 발생한 사이 새롭게 각분야 전문가 채용공고를 올려 자신의 제자인 C씨를 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SH에 입성한 C씨는 변 후보자의 세종대학교 제자로서 변 후보자와 상당수의 보고서 등을 공저한 인물로, 소위 김수현 사단으로 일컫는 공간환경학회에도 여러 편의 학술지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은혜 의원은 “정규직과 일은 동등하게 하면서도 처우는 부당한 비정규직 문제는 공기업·부처의 수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해당 비정규직 청년들은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채용공고 때와 다른 고용 불안으로 내내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져버린 사례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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