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코로나19 시대, 60년 전 '영명검둥이' 를 생각한다

[기자수첩 ] 코로나19 시대, 60년 전 '영명검둥이' 를 생각한다

- 영명검둥이는 의리의 사나이 ... 주먹은 의로운 일에만 쓰는 사람
- 양보와 배려 속 절차적 정의를 사유할 때 

기사승인 2020-12-29 13:19:14
▲오명규 기자

[공주=쿠키뉴스] 오명규 기자= 2020년은 코로나 19속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두 분야에서 곤두박질해 모두가 힘든 한해였다. 올 한해는 한 마디로 소설 속 난장판의 시간이었다. 코로나와 함께한 난장판, 오늘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본다.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김홍신의 장편소설 '난장판'에는 1960년대 충남 공주의 영명검둥이가 나온다. 충남 공주의 명물, 의리의 사나이로 나오는 영명검둥이는 과연 누구일까? 김홍신 작가가 상상력으로 지어낸 인물일까? 아니면 실존인물일까?

공주가 고향인 전 재경공주고 동창회장 이광우 친구는 "작가 김홍신은 1962년 공주고등학교 1학년 1반의 착실한 학급 급우였다"고 전한다. 당시, 김홍신 작가는 분명히 영명검둥이를 보았거나, 공주 영명고와 공주고의 학생 싸움을 직접 목격했거나 선배들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1960년대에 양교 학생 간 패싸움은 유명했다고 전한다. 일종의 기세싸움이었다. 공주시내를 누가 마음 놓고 어깨에 힘주며 활보하느냐가 기세싸움의 승패를 갈랐다는 것이다.

김홍신 작가는 "학생들의 기세싸움을 감정적이거나 적대감의 표시가 아니라 어쩌면 대보름날 쥐불놀이하 듯 갈라진 편끼리 우정을 돈독히 다지고 학교를 더 사랑하게 하려는 가족 개념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방마다 내려오는 동네끼리의 줄다리기나 고싸움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홍신 작가의 소설 ‘난장판’에서 소개한 영명검둥이는 이렇다.

 " '영명검둥이'란 인물은 공주영명학교의 대장이었다. 싸움질은 주로 돌을 던지는 투석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기물이 파괴되는 상황이 초래되곤 하였다.

그래서 그해 싸움에 영명검둥이가 혼자 나가서 공주고 대장과 담판을 짓는 일대일 싸움을 제안했다. 대장끼리 싸워서 이기는 대장편의 학교가 다음 승부를 가릴 때까지 공주읍내 터줏대감 노릇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서로 동의했고 싸움 끝에 영명검둥이가 이겼다.

투석전은 멈추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갔다. 그 후 영명검둥이는 공주의 명물이 되었고, 의리의 사나이로 불리게 되었다. 영명검둥이는 그때부터 주먹을 의로운 일이 아니면 결코 쓰지 않는 사람으로 통했다. "

이 내용은 2007년 편찬한 '영명 100년사(p387)'에 수록되어 있고 전해오는 이야기다.  요즘 전국은 온통, 아니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만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 확진자는 연일 1천명 대를 넘나들고 있고,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출현했다는 소식이다. 매우 심란하고 일상은 불안하다.

그런 가운데 여야 정치의 기사들은 연일 어수선하기만 하다.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비쳐진 법정 판결 다툼은 어찌 보면 1960년대 난장판인 셈이다.

한 시민은 “어느 것이 정의이고, 어느 것이 진실이고 질서이며, 공정한 자유 민주주의인지도 민초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1960년대 전해 오는 고등학생 간 편싸움 놀이 같은 '영명검둥이'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60년이나 지난 지금 꺼내어 재조명해 보는 것은 과거 역사적 경험들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발전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영명검둥이' 이야기를 통해 작금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우리나라,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이 어떻게 화합하고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미래의 꿈과 상생 발전을 이뤄 나가는 길이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절차적 정의가 무엇인지 등을 다시 한번 사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외치고 싶다. 오늘의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 2.5의 시간도 2020년 해넘이와 함께 종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우보 만리의 정석으로 희망의 신축년 새해가 되길 꿈꿔 본다.

mkyu1027@kukinews.com
오명규 기자
mkyu1027@kukinews.com
오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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