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을 뒤덮은 코로나19의 그늘을 거둬내고 2021년 회복과 포용,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신년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년사의 대부분은 국민의 희생과 배려만으로 채워져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오전 10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생중계된 문 대통령의 신년사는 한 마디로 ‘상생’을 당부하는 호소문에 가까웠다. 핵심은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명과 안전, 유례없는 민생경제의 위기 속에서 회복과 도약을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포용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의료진들은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봤고 국민들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됐다. 이웃의 안전이 곧 나의 안전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놀라운 실천으로 보여줬다. 우리 국민의 상생정신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도 가장 큰 힘이 됐다”며 국민들의 희생과 배려가 위기극복의 원동력이었음을 강조했다.
나아가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면서 고용과 일자리, 일상으로의 복귀, 민생경제와 산업·수출의 회복, 양극화의 심화, 주거불안정, 안전에 대한 불안 등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국민들의 ‘상생’에 대한 의지가 해법이란 답을 내놨다. 국가의 역할로는 권력기관 개혁을 통한 공정사회 구현, 상생을 위한 기반지원이 사실상 전부였다.
주거불안정만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을 뿐 그간 명쾌한 방안이나 대책, 나아가 사과나 입장 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일련의 사회문제들에 대한 반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구체적인 대책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청사진’만이 가득했다.
심지어 감염확산에 대한 불안을 ‘코로나19 백신 전국민 무료접종’과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개발지원’이라는 말만으로 넘겼다. 고개를 숙인 주택문제도 “특별히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밖에도 이미 확정돼 알려진 내용이거나 국민들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말들로 채워졌다.
이에 야권에서는 ‘또 다시’ 말잔치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국민의당은 “좋은 말 대잔치”라는 총평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호소를 전했다. 정의당조차 “구체적인 처방이 미흡하다”며 의지만 강했다는 질타에 동참했다.
이날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강조한 도약은 시국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래야 국민이 대통령을 신뢰하고, 힘을 실어줄 것인데, (신년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튼튼하지 않은 낙관론에 기대고 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K-방역 신화에 대한 맹신, 북한에 대한 짝사랑도 이제는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여론이다. 오늘 거론한 성과도 어느 하나 우리 기업이, 국민이 묵묵히 희생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온전한 국민의 성과”라며 냉철한 자기비판과 분명한 방향제시, 국민전체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는 기교가 넘치고 내용은 현란하나 전혀 공감되지 않는 이야기 일색이며 이는 비단 국민 한, 두 사람의 의견이 아닐 듯하다”며 “국민들은 대통령의 말뿐인 위로보다 모든 국민을 향한 포용력, 국가를 바로 세울 리더십, 지혜로운 국가 행정력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동산경제 폭망이나 수백억을 쏟아 붓고도 제자리인 국가안보에 대한 사과는 없이 세계경제침체에 우리도 하는 수 없었다는 투의 자기위로만이 묻어났다. K-방역은 국민이 만들어 낸 소중한 성과라고 적당히 공을 넘기는듯했으나 이어진 맥락엔 자화자찬이 가득했다”며 “대통령이 지킨 약속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이루겠다는 것 뿐”이라고 혹평했다.
정의당도 아쉬움을 표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한민국 공동체가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코로나 19를 극복하고자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동의한다”면서도 “회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에 비해 구체적인 처방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집권 후반기 무사안일은 정부의 가장 큰 위협이다. 더 과감한 정책과 개혁의 고삐를 놓지 않아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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