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의사국시 합격 소식에 의료계 분노

조국 딸 의사국시 합격 소식에 의료계 분노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입시 범죄 드러나면 즉시 입학 취소나 퇴학 처리했다”

기사승인 2021-01-19 03:00:1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모씨가 이번 의사국시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며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법원은 1심 판결에서 조씨의 어머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교수의 딸 조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의 인턴 확인서를 모두 허위라고 봤다.

이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상대로 조씨의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막고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당시 임 회장은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혐의 유죄선고를 언급하며 “사문서위조에 의한 허위 입학자료에 기반해 이루어진 조씨의 부산대학교 입학 허가는 그 효력이 무효이거나 취소돼야 할 대상”이라며 “조씨는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조모씨가 의사국시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자 임 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자격자에 의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 사태의 책임자들은 즉각 사퇴하라”며 “법원은 정 교수가 고려대와 부산대의전원에 딸을 부정입학시킨 혐의에 대해 수없이 많은 근거를 열거하며 유죄로 판결했다. 오늘 13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겠다는 미온적인 대처로 의대에 부정 입학한 무자격자가 흰 가운을 입고 의사행세를 하면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게 된 사태에 대해 의사 면허증과 가운을 찢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개탄한다”고 비난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한번 의사 면허를 따면 그 면허는 평생 간다”며 “진단을 잘못해 사람을 죽게 만든다 해도 마찬가지다. 의사 한 명이 마음먹고 오진한다면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 조씨는 1.13의 학점으로도 ‘유급생 전원구제’와 ‘학칙개정’같은 은혜로운 일이 연달아 일어오는 바람에 결국 졸업했다. 조씨의 어머니인 정 교수의 재판에서 판사는 조씨가 부모 빽으로 위조한 스펙으로 의전원에 들어갈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 의전원에 진학하려면 MEET라는 시험을 쳐야 하는데 조씨는 하위 20%로 정상적으로 의전원에 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애가 의사가 되면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던 제게 두 가지 희망이 있었다”며 “재판에서 입시부정이 인정되면 부산대가 입학취소를 시키지 않을까와 의사고시였다. 안타깝게도 이 희망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병원에 가면 의사 이름을 확인해보고, 개명할지 모르니 어느 대학출신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입시 관련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입학취소 결정이 내려지거나 퇴학처리 돼왔다”며 “교육부는 입학취소 결정을 내리라고 대학에 통보도 했었다. 하지만 조 전 법무부장관의 딸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다. 모든 범죄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대학도 교육부도 모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최종심에서 정경심 교수의 형이 확정된다면 조 전 장관 딸의 의사면허는 공정을 파괴하고 대다수 국민을 가재·붕어·게로 만든 범죄의 수익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유라의 말(馬)이 범죄수익이라면 조 전 장관 딸의 의사면허 역시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학입학 자격이 없으면 의전원 입학 자격이 없고, 의전원 졸업(예정)자가 아니면 국가고시 자체를 볼 수 없다”며 “정 교수의 범죄가 없었다면 딸의 의전원 입학도, 의사국가고시 응시 자체도 불가능하다. 조 전 장관 딸의 의사 자격취득 문제는 올바른 사회적 성공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적 원칙과 기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씨를 인턴으로 선발할 병원에 대해 압박하는 성명서도 발표됐다. 행동하는여의사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재판부가 부산대의전원과 고려대 입학을 위한 스펙이 모두 위조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결 후에나 결정하겠다며 사상 유례없는 무책임한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며 “무자격자를 인턴 선발할 병원은 환자 피해와 줄소송을 각오하라.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를 허용한 병원과 지도교수들도 환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해 함께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원국가시험원. 사진=박태현 기자

한편 유사한 사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6년 성균관대 약대 이모 교수는 대학생이던 딸의 연구과제를 위해 제자들에게 동물 실험을 지시했다. 이듬해 해당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쓴 딸의 논문은 SCI급 저널에 실렸고, 해당 교수의 딸은 이러한 경력사항으로 2018년 서울대 치전원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2019년 이 교수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딸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9년 7월 첫 공판이 열렸고, 서울대는 같은해 8월 딸의 입학을 취소했다.

전북대에서도 자신의 미성년 자녀 2명을 부당하게 제1저자로 등재한 후 대입에 활용한 사실이 드러나 2019년 7월 전북대 입학이 즉시 취소되기도 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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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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