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뚜렷한 대선주자 후보군이 없는 범야권에서 변화의 싹이 엿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세’로 인식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 변화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호감도 하락이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의 호감도는 12월 조사보다 4.4% 내린 23.8%를 나타냈다.
윤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월 3주 차기 대통령 선호도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 따르면 윤 총장의 지지율은 6% 내린 10%에 그쳤다.
특히 가장 최근 조사에서 지지율이 10%까지 떨어진 것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윤석열 현상’의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동안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관계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총장으로서 그가 보여준 이미지에 ‘반문 정서’의 열망과 정치에 관한 혐오 정서가 함께 담겼다는 해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총장에 쏠리는 지지는 과거 박찬종‧이인제‧문국현‧고건‧안철수‧반기문 등에 기대하던 심리와 비슷하다”고 분석한 뒤 “추 장관이 조용하니 윤 총장에 대한 기대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범야권의 유력한 경쟁자가 있지 않은 상황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반문 전선에서 선봉에 설 야권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추 장관과 갈등 관계를 형성한 윤 총장으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었던 표심”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윤 총장의 포지션도 ‘윤석열 현상’을 안갯속으로 몰아넣은 또 다른 이유다. 그는 검사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를 “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정의한 것도 보수 세력은 부담이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그를 권력 기관 개편에 반기를 든 사람으로 평가한다. 개혁 당사자인 검찰의 수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개혁에 발목을 잡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협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라며 “충청권이 고향인 윤 총장은 지역 구도에서도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현재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는 탓에 그를 뒷받침할 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그에게는 걱정거리다. ‘정치 도전’을 선언함과 동시에 거쳐야 할 다양한 검증 역시 기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까지도 윤 총장에 부인과 장모의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그가 검사로서 지휘했던 다양한 사건들이 재조명되는 것도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우리 국민은 검찰을 안 좋아한다. 검찰을 음지의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검찰총장 출신으로 곧바로 정치에 나선다면 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윤 총장 지지도의 변화는 야권 정치 지형 개편의 또 다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바로 윤석열 현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람’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야당의 선거는 바람이 중요하다. 보궐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등장한다면 이른바 바람의 중첩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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