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의 짧은 생을 마감해야했던 정인이 사건을 방지하겠다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에 입양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랑의위탁모·이스턴입양합창단·한국입양선교회·건강한입양가족모임 등 15곳으로 구성된 전국입양가족연대는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경상남도 함안군의 아동학대 선제대응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경남 함안군이 아동학대 사건을 선제 대응하겠다며 ‘아동 양육 환경 긴급 점검’ 사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먼저 양육보조금을 받고 있는 입양아동을 대상으로 사용 내역과 양육 환경을 전수 조사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점검 대상에 이미 과거에 절차를 마치고 평범하게 사는 입양 가정까지 포함시켰다는 점”이라며 “앞서 서울 한 자치구도 입양 가정 등을 방문해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항의를 받고 철회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 같은 정책은 양육보조금을 받는 입양가정은 언제든 긴급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논리”라며 “입양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협력하고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 입양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 정의와 어긋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사건의 본질은 아동학대에 있을 뿐 입양 자체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양육환경점검을 위한 전수조사가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음을 지적한 후 “이들(입양가족)을 향한 점검사업을 중단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정인이 사건을 두고 지난 8일 “이번 사건에서 문제로 삼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아동학대’이지 입양제도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입양절차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후 입양을 결정한 부모들이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기존의 입양 가정 자녀도 주변의 부정적인 편견에 위축되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전위탁보호제’ 보완에 대한 발언을 두고는 “사전위탁보호제 아래 놓인 대부분 예비 입양 부모는 아이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어떤 부모도 자식을 취소하거나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의 발언 등은 예비 입양부모에게 사실상 2차 가해를 한 행위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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