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운동가 역할도 지속…술‧담배 유해성 알릴 계획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공공병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야죠. 국립암센터는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정보들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제8대 국립암센터 원장으로 취임한 서홍관 신임 원장은 암센터의 역할이 ‘치료하는 병원’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서 국민들이 암에 걸리지 않도록 지원하고 생존율을 높일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 원장은 임기 동안 암 치료수준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암 예방 및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민간병원에 뒤처지지 않는 ‘스마트 공공병원’을 지향하고 첨단장비를 도입한다. 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연구도 지속해 암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임상현장에 구현하다는 계획이다. 서 원장은 “암센터는 의료 질 측면에서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암 치료 실력을 가지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공공병원 모델”이라면서도 “‘공공’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스마트병원을 지향하려고 한다. 지금도 로봇들이 검체를 나르고 있고 AI 활용 진료를 연구하는 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암센터가 최초로 도입한 양성자 치료기도 추가로 도입하려고 한다. 지난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양성자 치료기’는 치료 과정이 신속하고 고통이 거의 없다.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 MD앤더슨 암센터, 일본 국립암센터 등 전 세계 81개 의료기관만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암센터를 포함해 단 두 곳만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공정한 정보 제공과 생존율 향상을 위해 신의료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서 원장은 전했다. 그는 “우리도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신의료기술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시술병원과 의료진은 좋은 점만 부각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시술을 통해 생존율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공공의료기관인 암센터가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암 치료의 표준을 제시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 원장은 암 예방을 위해 발암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 마련을 위해 데이터 구축에 힘쓰겠다고 했다. 오랜 세월 금연운동가로 활동해왔던 만큼 담배에 대한 폐해를 알리고, 동시에 발암물질 1군인 ‘술’의 위험성도 강조할 예정이다.
그는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는 게 암센터의 미션이라면 무엇이 암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 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가장 기본적으로 언급되는 게 담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은 모두 알지만 금연구역을 늘리는 등의 정책이 따라가야 실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 정부가 그런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서포트하는 것이 암센터의 역할이라고 본다”며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술’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술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국민들의 건강피해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요구르트나 라면에서 2군 발암물질, 즉 직접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제품을 먹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술은 발암 가능성이 100% 입증된 1군으로 분류됐음에도 대한민국 국민 절반인 2700만명이 마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정보를 알리는 사람이 없어 술 섭취가 이뤄지고 있다. 암 발생과 관련한 부분이라면 암센터가 나서 유해성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며 “아울러 암 발생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식이에 대해서도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암에 걸리지 않는 식사가 무엇인지 등 암 예방을 위한 정보를 국민의 상식으로 만드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 원장은 암관리법 개정으로 국가암데이터가 구축돼 연구가 진행되면 유해물질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간 암센터, 건보공단 등 각 기관에서 발표하는 암 관련 통계와 흡연률 등의 생활습관 자료, 건강검진자료 등이 연계되지 않아 연구에 한계가 있었으나 암관리법 개정으로 공익적 암연구를 위한 국가암데이터 구축이 가능해졌다”며 “이 자료들을 연계하면 어떤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이 암에 잘 걸리는지, 암 발생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 환자들의 예후는 어떻게 되는지, 검진으로 인한 암 치료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 수천, 수만 가지의 질 높은 연구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센터는 병원뿐만 아니라 연구소,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대학원이 한 기관 안에 있는 세계 유일의 조직이고, 이 조직들의 유기적 상호역할 관계를 통해 연구성과를 임상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암 관련 빅데이터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최근 늘고 있는 암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의료기술 등의 발달로 현재 국내 암생존자는 200만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부담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지자체와 연계한 암 생존자의 사회복귀 지원 모델을 만들고 있다. 현재 암센터는 경기 고양시와 협력해 ‘사회적경제기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범사업격으로 지원되고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주민서비스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이를 홍보하고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 원장은 1958년 전북 완주 출생으로 서울대 보건대 석사(1991년), 서울의대 박사를 취득(1995년)하고 인제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를 거쳐 2003년 국립암센터로 이직했다. 초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 경기북부금연지원센터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을 맡으며 담배의 위해성을 알려온 금연전문가이기도 하다.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