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논의 속 다시 피어오른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재난지원금 논의 속 다시 피어오른 ‘기본소득 vs 기본자산’

사회‧경제적 불평등 확대… 능력주의의 근본적인 물음표 던져
기본소득‧기본자산, 청년층 사회 진입 사다리로 의미 있어

기사승인 2021-01-31 05:00:02
청년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재난지원금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과거 ‘포퓰리즘’이라며 정부의 재정지원에 관해 반대하던 보수 야당도 위기 상황에서의 정부의 역할은 재정 확대를 통해 국민들을 돕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 청년층을 위해 제안됐던 기본소득과 기본자산(기초자산)에 대한 논의가 다시 펼쳐져 화제다. 

김두관‧소병훈‧허영(이상 더불어민주당)‧강은미(정의당)‧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28일 기본소득‧기본자산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불평등 극복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청년층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자산이란 이른바 사회적 지분급여로 성인이 되는 시기에 일회성 목돈으로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시금인 이유는 무엇보다 ‘거시 자유’를 위해서다. 기본자산의 관심은 주로 청년이다. 청년기에서 성인기로 전환하는 시기에 필요한 목돈을 활용해 기회의 평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자산이 ‘최소한의 사회적 상속’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계층 이동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의미다. 

토파 피케티 역시 ‘21세기 자본’이라는 베스트셀러에서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더 많은 소득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자본의 세습되는 경향성이 당대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서정희 군산대 교수는 “대학 교육이나 창업 혹은 주택 마련 등 일시적으로 목돈이 필요한 시기에 진행하는 투자는 한 개인의 성인기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며 “목돈으로 교육 기회 획득이 가능해지고 목돈이 소요되는 기회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다. 또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기회의 평등을 증진하고 자산 재분배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만권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기초 자산은 기존의 분배체계를 그대로 두고도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재원의 규모가 작아 기존의 조세체계와 복지체계에 거의 손을 댈 필요가 없이 그 위에 더해지는 형식으로 시행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기본소득은 정기성이 특징이다. 이는 예측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생계를 꾸리고 계획하는 데 장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정기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보편적인 현금 급여를 통해 삶의 안정성 확보와 일상 유지를 위한 계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 교수는 “기본소득으로 사회적 최저선을 모두에게 무조건 보장한다면 개인들은 일상의 유지와 계획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한계가 있다. 특히 예산이라는 현실의 벽이 정책 입안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당의 주당처럼 60만원을 지급할 경우 360조가량이 들어간다. 그런데 2020년 정부예산이 512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조세체계와 분배체계 자체를 당장 갈아엎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알려진 기초 자산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 소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자본을 전부 쓴 이후에는 보통의 복지국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안 상임이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강력하지만 간단한 정책”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듯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따라서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다른 사회정책과 제도를 필요로 한다. 복지국가의 경험, 신자유주의의 폐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제기된 공적 영역의 강화 필요성 등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기초 자산과 기본 소득에 관한 논의는 청년층의 사회진입 문제라는 측면에서 큰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부모가 지닌 문화자본의 공유‧전달을 통해 형성되는 능력과 세습을 지적함으로써 ‘능력주의’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데 의의가 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새롭게 형성되는 노동시장이 과거보다 매우 불안정해지면서 신규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은 가지고 있는 자원과 능력에 따라 기회가 매우 좁아지게 됐다. 그 결과 사회진입이 심각하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 수많은 사회복지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서 빈틈이 있다”며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mobydic@kukinews.com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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