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양업체서 개농장으로 보내진 '두부'…반려동물 시장의 그림자

파양업체서 개농장으로 보내진 '두부'…반려동물 시장의 그림자

기사승인 2021-02-06 11:21:53
사진=SBS TV 동물농장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 캡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두부’는 작고 소중한 강아지다. 하지만 1년 6개월 전 주인으로부터 파양업체에 버려지게 된다. 그런 두부가 다시 입양된 곳은 다름 아닌 개농장. 당초 주인이 메어준 파란 목줄을 한 채 그대로 두부는 개농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반려동물 1000만가구가 되면서 반려동물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생명채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비윤리적 시장 또한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파양업체까지 등장한 모양새다. 반려동물들은 파양업체를 통해 개농장 등으로 보내지고 있다.

◇두부에게 무슨 일이?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개, 고양이) 마릿수는 1074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 시장이 함께 커지면서 그에 따른 시장의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의 수는 2017년 10만2593마리에서 2018년 12만107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파양업체까지 등장했다. 전날 SBS TV 동물농장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에는 ‘이름도 주인도 있는 강아지가 개농장에서 발견된 충격적인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은 경기도 김포시 한 개농장에 방치된 유기견들을 구조해 해외입양을 보내고 있는 동물보호단체 ‘카라’ 활동이 담긴 영상이었다. 

이 단체의 한 직원은 해외입양을 위한 건강검진을 진행하던 중 개농장에서 발견된 한 유기견 몸에 심어진 마이크로칩(동물등록칩)을 발견했다. 유기견의 이름은 ‘두부’였다. 이어 2019년 지방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 올라온 두부의 공고를 확인, 입양됐던 사실을 알아냈다.

견주는 서울사람이었다. 제작진을 만난 견주는 “두부를 보낸 지 3~4개월 정도 됐다”며 한 업체를 통해 두부를 파양했다고 밝혔다. 견주의 말에 따르면 돈을 내면 안락사 없이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 넓은 공간에 지낼 수 있게 해준다는 업체가 있었다는 것. 견주는 업체의 말을 믿고 행동 교정 및 재입양 명목으로 110만원을 내고 두부를 파양했다. 

견주는 이후 “업체에서 젊은 남자가 두부를 보자마자 마음에 든다며 데려 갔다고 해 안심했다”고 밝혔지만 두부는 새 가족을 찾기는커녕 개농장에 보내지게 됐다. 견주가 매준 남색 목줄을 여전히 간직한 채였다.

이날 동물보호단체 측은 ”돈을 받고 개를 파양시킬 수 있는 업체가 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두부가 어떤 경로로 개농장에 흘러갔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SBS TV 동물농장 유튜브 채널 ‘애니멀봐‘ 캡쳐

◇사후약방문식 동물보호법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곤 하는 동물학대 등 해마다 증가하는 동물 관련 범죄를 다루는 일에도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검·경의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단속과 조사 권한이 있는 동물전담 특별사법경찰(동물보호 경찰)을 지자체 산하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2월 12일 자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된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게 될 때마다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쪽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이 이뤄졌다. 오는 2월12일부터 동물보호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동물학대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 추세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학대 검찰 처분은 2016년 339건, 2017년 509건, 2018년 601건, 2019년 1070건, 지난해 1~10월 879건으로 집계됐다.

5년간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절반 이상인 1741명(51.2%)은 불기소 처분됐다. 정식 재판이 아닌 약식명령을 받은 사람은 1081명(31.8%)에 달했다.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93명(2.8%) 중 구속기소는 단 2명(0.1%)에 불과했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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