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롤모델’ 발언에 ‘우상호’ 사퇴압박 거세져

‘박원순 롤모델’ 발언에 ‘우상호’ 사퇴압박 거세져

여성정치넷·국민의힘, “2차 가해 금단의 선 넘었다” 맹비난
친여 기본소득당도 “서울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있나” 반문

기사승인 2021-02-15 15:22:0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후보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오는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더불어민주당 당내경선을 앞두고 있는 우상호 예비후보가 야당은 물론 여성단체와 친여 성향의 정당에게까지 사퇴압박을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향한 마음을 담은 글 때문이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0일 우 예비후보는 박 전 시장의 아내인 강난희 여사의 편지글을 읽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 박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소감을 올렸다.

이후 우 후보의 발언이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공감대가 일반에 형성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당장 여성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5일 오후 우 후보 선거운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서울시장 후보를 사퇴하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박원순이 우상호,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우 후보의 발언으로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우 후보가 ‘유가족에 대한 위로’라는 취지로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위력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규명과 피해자의 회복에 일말의 관심도, 감수성도 없는 우상호 후보는 후보자격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나아가 “위력 성폭력의 가해자이자 민주당 소속 정치인의 귀책사유로 잔여 임기 1년 남은 자리에 국민세금 500여억원을 들여서 치르게 된 선거가 4.7 재보궐 선거”라면서 “마음 추스를 겨를도 없이 끝없는 피해사실 부정과 가해자 옹호를 맞닥뜨리는 피해자의 심정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으면 그렇게 발언할 수는 없다”고 피해자를 향한 사과도 함께 요구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동조하며 연일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내고 있다. 홍종기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15일에도 “아무리 당내 극성 지지층에게 어필하고 싶어도 정상인이라면 넘을 수 없는 금단의 선을 넘었다”는 논평을 통해 역시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먼저 홍 부대변인은 우 후보의 발언을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못 박으며 “2차 가해이다.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자신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자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하는 모습을 보며 서울시 공무원인 피해자와 그 가족이 느꼈을 두려움과 아픔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덧붙여 “더 심각한 문제는 우상호 후보 발언의 기저에 법원도 인정한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범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이라며 민주당의 당헌개정 후 후보자 공천, 사과 없는 ‘피해호소인’ 발언 등의 추가 가해를 자행한 점을 거론한 후 “이제는 한술 더 떠 성폭력 범죄자를 계승하겠다고 하니 정말 후안무치한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속해 국회에 진출한 친여성향의 기본소득당 소속 신지혜 서울시장후보도 사퇴를 요구했다. 신 후보는 이날 오전 우 후보가 한 라디오방송에서 관련 발언에 대해 ‘그만하자’고 잘라말한 것을 두고 “국민을 분노케 했던 말에 대한 책임조차 회피하는 모습, 서울시장 후보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스무 번 넘게 말씀하셨다는 ‘성범죄 일어나지 않는 서울시’,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 다시금 드러났다. 성폭력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성범죄를 단호히 대처할 서울시장은 없다”며 우 후보의 서울시장 나아가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우 후보는 15일 언론을 통해 “피해자에게 상처가 된 것은 죄송스럽다”고 사죄하며 “유족인 강난희 여사가 손편지를 쓴 것을 보고, 세 번이나 박 시장을 당선시킨 사람인데 위로를 못 했다는 것이 죄송스러워서 위로의 글을 썼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박 시장의 혁신정책을 배워야겠다는 정도지, ‘이분의 인생 전체가 내 롤모델이다’ 이렇게 돼 있지는 않다”며 본인 글의 의도를 분명히 하며 “박 시장 유족은 무슨 죄가 있겠나. 피해자도 위로하고, 유가족도 위로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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