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아이’ 김향기 “뭔가 하나에 재미 느끼면 도전하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아이’ 김향기 “뭔가 하나에 재미 느끼면 도전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21-02-16 06:42:01
사진=김향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아이’(감독 김현탁)에는 대학생인 아영(김향기)이 일하는 장면만 줄곧 등장한다. 보육원 출신으로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이 아영을 짓누르는 듯 보이지만, 영채(류현경)의 아들인 혁이와 함께 있는 순간만큼은 환하게 웃으며 즐거워한다. 누구보다 일찍 어른이 된 아영은 아직 아이 같은 초보 엄마 영채와 부딪히며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마주한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김향기는 ‘누가 아이일까’ 생각하며 ‘아이’의 대본을 읽었다고 했다. 어느 책에서 읽은 ‘사람은 누구나 내면의 아이를 갖고 있다’는 문장을 되새기며 촬영에 임했다. 스물한 살 성인이 된 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아영의 캐릭터가 출연을 결심한 이유였다.

“대본을 보고 아영이 저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죠. 그래서 촬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요. 작품을 선택하는 저만의 기준이 확고하게 있진 않아요. 작품을 봤을 때 어떤 부분이든 뭔가 하나에 재미를 느끼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릭터에 매력이 있든, 제가 받은 메시지가 좋든,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흥미롭든 다 좋아요. 제가 흥미를 느끼고, 제게 기회를 주신 작품들이 감사하게도 좋은 의미의 작품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영화 '아이' 스틸컷

김향기는 시사회에서 ‘아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도 감정이 올라올 줄 몰랐다. 슬픈 장면보다 아이인 혁이가 나오면 “너무 귀여워서”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다른 영화에 비해 촬영을 마친 지(지난해 7월) 얼마 되지 않은 영향도 컸다.

“혁이와 촬영하는 장면이 많아서 기본적으로 아이에 대한 공부가 반드시 필요했어요. 아이를 안을 때 어떻게 해야 편한 자세로 느낄 수 있는지와 이유식 먹이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등 기본적인 것들을 배웠어요. 혁이의 어머니, 아버지가 항상 현장에 계셨는데 어떻게 장난치고 놀아주면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신 것도 있었어요. 전 아영이가 아동학과에서 어떤 걸 배울지가 궁금했어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실제로도 동기들을 상대로 수업하듯이 앞에 나가서 설명도 하고, 늘 집에 아이들을 위한 도구들이 준비돼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새로웠어요. 어쩌면 앞에 나가서 행동하는 게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아이’의 핵심 인물은 아영과 영채, 그리고 미자(염혜란)까지 세 여성이다. 아영의 친구로 등장하는 경수(김현목)와 변호사 승우(강길우)를 제외하면 남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다. 김향기는 대본을 읽었을 때까진 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사진=김향기. 롯데엔터테인먼트

“‘아이’는 중심인물뿐 아니라 잠깐 등장하는 분들도 대부분 여성분들이에요. 저도 처음에 대본 받았을 때는 당연하게 교수님도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이 인물도 여자로 갈 거고, 이 인물도 여자고 변호사 빼고는 다 여자라고 하셨죠. ‘와, 나도 왜 당연히 남성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이 색다른 관점으로 여성들의 이야기를 꽉 메우려고 해주시는 부분에 감사드렸어요. 저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던 생각들을 바꿔주셔서 새롭기도 하고요. 그 순간 느낀 충격이 아직 남아 있어요.”

김향기는 과거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으로 연기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만큼 매 순간 연기하는 걸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인물이 되는 걸 즐기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에게 ‘아이’는 배우로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지금까지는 제가 어떤 감정에 묶여있는 기분이 들 때 왜 그런지 인지하지 못했어요. ‘아이’는 그걸 제대로 바라보고 인지해보려는 용기를 얻게 해준 작품이에요. 그 순간 제가 왜 그렇게 느끼고 뭘 느끼는지 알게 해준 작품 같아요. 하고 싶은 캐릭터는 너무너무 많아요. 어떤 작품을 볼 때도 그렇고, 만화나 웹툰을 보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 들기도 해요. 사람의 향기가 만리를 간다고 하잖아요. 주변에 늘 있는 사람처럼 은은하게 남아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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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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