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대규모 피해를 초래한 옵티머스 사태 제재 문제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금융위가 옵티머스 펀드의 사무관리사였던 예탁결제원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상황에서 금감원이 중징계를 추진해서다.
예탁결제원 옵티머스 책임 소재 두고 금융위·금감원 수장간 신경전
금융감독원은 19일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진행한다.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에 대한 제재 심의는 유보됐다. 이날 제재심에서 예탁결제원이 빠진 이유는 책임소재에 대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엇갈려서다.
예탁결제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구에 따라 펀드 자산명세서에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입력했다. 예탁결제원의 업무처리가 옵티머스 사태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예탁결제원 측은 맡은 역할 이 ‘단순 계산 사무대행사’로 기준가를 산정하는 자산과 실제 운용자산이 일치하는지 검증할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예탁결제원이 거론하는 단순 계산 사무대행사는 자본시장법이나 유관 규정에 언급되지 않아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는 용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두고 예탁결제원이 단순 계산 업무만 담당했기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놨다. 자본시장법상 사무관리회사는 투자회사형 펀드의 사무관리 업무에 해당되며, 옵티머스 펀드 같은 투자신탁형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의 유권해석은 예탁결제원이 내세워온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이 나온 상황에도 예탁결제원이 중징계 대상이라고 봤다. 제재심 전 이들 회사에 중징계를 통보한 바 있다. NH투자증권 정영채 대표에게는 3개월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NH투자증권, 예탁결제원,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로 ‘기관 경고’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예탁결제원의 책임 여부를 두고 금융위·금감원 수장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의 유권해석에 있어서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따라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본시장법을 적용한다면 징계 사유가 없는 것”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를 두고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위 해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의견을 종합해보자는 취지”라고 응수했다. 이어 “감사원에서 감사에 들어갔다. 당분간은 이쪽이냐 저쪽이냐 추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감사원) 결론이 나오는 대로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 시민단체가 청구한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금감원에 대한 감사 착수를 결정했다.
금투업계·옵티머스 피해자들 “예탁결제원 면죄부, 금융위 제식구 감싸기 아닌가” 비판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행보를 두고 ‘제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이 금융위 출신 사장 덕분에 제재를 피해갈 우산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에 대한 유권해석이 너그러운 면이 있어보인다”며 “현 이명호 사장을 포함해 예탁원에 금융위 출신 사장이 줄줄이 취임한 것과 예탁결제원이 금융위에서 유권해석을 통해 면죄부를 받은 것이 무관하지 않아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는 전현직 고위 금융 공무원 출신이 맡아왔다. 20대 유재훈 전 사장, 21대 이병래 전 사장에 이어 현 이명호 사장까지 모두 금융위 출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옵티머스 사태 같은 경우에는 사모펀드 시장의 허점을 이용한 범죄사례였다. 어느 한 주체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며 “그런데 책임을 져야할 주체 중 예탁결제원만 빠지는 것은 피해자나 다른 자본시장 참여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예탁결제원과 옵티머스간에 주고받은 이메일 대조 내역만 봐도 잘못이 드러나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들도 예탁결제원에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제재심 하루 전인 18일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NH투자증권과 예탁결제원, 하나은행 모두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측은 “사기판매에 가담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는 영업 취소를,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공공기관인 예탁결제원에게 엄중한 중징계를 명해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으로서 사금융기관보다 더욱 엄중한 책임을 져야한다. 사기업이라면 영업취소의 책임을 져야하지만 공공기관의 업무를 중단시킬 수는 없으므로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이 불가능할 정도의 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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