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사들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게 해달라고 밝힌 가운데, 의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의협은 24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법과 관련해 의사들이 총파업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 생명과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둘을 연관 지어선 안 된다. 한의사화 치과의사, 간호사 등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 의료인들에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의사단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이처럼 무책임한 언행을 자행하지 않도록 한의계가 앞장서 막을 것이며, 한의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참여 선언이 그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의사들의 예방접종과 관련해서 한의협은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인두법과 우두법을 소개한 것과 현대식 예방접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종두법을 도입한 지석영 선생이 한의사였던 점을 강조했다.
한의협은 “지금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미 한의사에게 의사와 동등하게 감염병 환자의 진단과 신고, 역학조사, 소독,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교육 역시 한의과대학에서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예방접종 업무를 의사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의사단체가 이번 경우처럼 국민과 국가를 상대로 당당하게 협박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해 해당 시행령을 바꾸면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한의사 등 의료인 직종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규탄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미친 것이다. 한의사가 접종하겠다는 건 이발사가 접종하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봉침 사망 사건과 같은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9년 5월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에 방문했던 환자가 봉침 수술 도중 아나필락시스 쇼크(과민성 면역반응)을 일으켰다. 같은 층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응급처치를 부탁해 해당 의사가 심폐소생술과 강심제 투여 등의 응급처치를 진행했지만, A씨는 사망했다. 유족은 한의사와 의사 모두에게 민사 소송을 걸었다. 유족이 이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규모는 9억원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최혁용 한의협 회장 선거 국면이다 보니 가능성도 없는데 막 던진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쓰는 고가의 한약재에 대한 검사나 제대로 해야 한다. 한의사들의 사기 행위가 없는지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한의사의 접종행위는 면허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한의사들은 침과 뜸을 하는 직종이다. 한의협에서 기자회견은 했지만, 정말 하고자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을 정치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최대집 의협 회장이 백신 접종거부를 언급해 국민께 심려를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마치 흥정하는 것처럼 비쳐 코로나19로 고생한 의료진으로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예방접종에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백신과 관련한 부작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우선이지 의사들이 거부한다고 접종을 간호사, 한의사에게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사든 한의사든 의료인의 의료행위의 범위는 의료법에 정해진 자격, 직역별 업무 범위에 따라 정해진다”며 “업무범위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의 해석이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와 별도로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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