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 한 번만 더 속아볼까

울산 현대, 한 번만 더 속아볼까

기사승인 2021-03-10 17:20:25
울산 현대 선수단.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의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울산 현대에게 지난해는 악몽 같았던 한 시즌이었다. 2019년에 이어 2020시즌에도 전북 현대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다가 마지막 라운드에서 리그 우승을 내줬다. FA컵 결승전에서도 전북 현대에게 우승컵을 빼앗겼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결국 울산을 이끌던 김도훈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지휘봉을 내려놨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은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홍 감독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홍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과 국가대표팀, 중국 항저우를 지휘한 바 있지만 K리그 사령탑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지난해까지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3년간 일하다가 복귀하는 등 K리그와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현장 감각에 대한 우려가 뒤따랐다. 

여기에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에 오른 주니오가 중국 슈퍼리그(1부) 창춘 야타이로 이적했고, 신진호, 박주호, 이근호 등 베테랑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개막전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는 2연패로 최하위를 기록하자 울산을 향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울산은 이러한 우려를 완벽히 씻어냈다. 개막전 강원FC를 상대로 5대 0 대승을 기록하며 분위기를 타더니 광주FC와 인천 유나이티드를 꺾고 개막 3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K리그1 12개팀 가운데 3연승을 거둔 것은 울산이 유일하다.

시즌 초반 준비할 시간이 적었지만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주장 이청용과 중원의 사령관 윤빛가람의 노련함이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이동준.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홍 감독이 표방한 ‘홍염축구(홍명보의 불꽃 축구)’도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개막 3경기에서 무려 9골을 폭발시키며 시즌 초부터 막강 화력을 뽐내고 있다. 2위 전북과 3위 포항 스틸러스(이상 5골)보다 4골이나 많다.

홍명보 감독의 공격 축구 중심에는 이적생 이동준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이적한 이동준은 리그 초반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며 홍명보 감독의 황태자 자리를 예약했다.

이동준은 2019시즌 K리그2에서 13골 7도움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유망주다. 지난해 1부리그에서도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현재는 축구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오갈 정도로 촉망받는 선수다.

강원FC와 개막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렸고, 인천전에서 1골 1도움을 추가하며 벌써 공격포인트 3개를 쌓았다. 이동준은 인천전에서는 힌터제어와 김지현이 부상으로 결장하자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다. 원래 포지션이 윙어임에도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면서 울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수비도 탄탄한 울산이다. 3경기에서 9골을 뽑는 동안 단 1골을 내주는 데 그쳤다. 설영우, 김태환, 불투이스, 김기희를 중심으로 한 포백라인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올 시즌 엄청난 방어력을 뽐내면서 타팀의 공격을 완벽히 제어하고 있다.

3경기 동안 1실점만 내준 울산의 골키퍼 조현우. 사진=프로축구연맹 제공
골키퍼 조현우도 골문을 든든히 지키고있다.

조현우는 3경기 동안 엄청난 순발력을 앞세워 실점 위기를 넘겼다. 강원과 홈 경기에서 전반전 광주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고, 광주전에서는 유효 슈팅을 모두 잡아냈다. 인천전에서도 선방을 3개나 기록할 정도로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홍 감독은 “조현우는 밖에서 봐온 것 이상으로 좋은 능력을 갖춘 골키퍼다. 같이 훈련하며 지켜보니 근래에 본 골키퍼 중 가장 좋은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팀 실점이 적은 것은 조현우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직 초반이지만 산뜻한 출발이다. 울산은 오는 13일 포항과 '동해안 더비'를 치른다. 포항은 항상 중요한 길목에서 울산을 가로막은 최대 라이벌이다. 울산이 만약 이 경기까지 잡는다면 상승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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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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