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여기보세요, (토지주가) 얼마전에 싹 밀고 나무 심은 곳이에요, 광명시흥만 그렇겠어요, 여기도 똑 같아요” 3기 신도시로 개발이 추진중인 하남교산지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10일 이같이 말했다.
광명시흥지구 사전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매입한 땅에 나무를 심은 것으로 드러나 토지보상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도시 지정에 앞서 보상금을 노리고 나무, 작물 등을 심는 행위가 하남교산 등 여타 3기 신도시에서도 목격되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중인 3기 신도시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이날 하남교산 교산동·천현동·춘궁동·하사창동 일대를 방문했다. 하남교산은 광명시흥에 앞서 지난 2018년 12월 신도시 지구로 발표된 곳이다. LH는 지난해 말부터 보상 절차에 들어가 현재 전체 토지주의 31% 가량과 보상협의를 마쳤다. 협의를 마친 토지주는 보상금을 받고 토지를 LH에게 넘긴 상태다.
먼저 살펴본 곳은 하남 춘궁동의 한 필지. 해당 토지는 소유주와 LH 직원의 이름이 같아 방문해 봤다.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산길을 걸어 올라가 살펴본 곳에는 검은 농막이 존재했다. 대형 애완견과 잘 가꿔진 텃밭, 막 사용을 마친 듯한 농기구 모습에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농막처럼 보였다. 따로 나무, 작물을 심은 모습도 없었다.
해당 토지를 살펴보고 내려오는 길에 한 주민과 만날 수 있었다. 해당 주민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LH 직원의 투기 사태에 대해 “배신감이 크다. 신도시 개발에 원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른 토지를 가리키며 “투기꾼들만 살판났다”고 지적했다.
주민이 지목한 토지는 울타리가 처져 있었고, 안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묘목이 나란히 심어져 있었다. 주민은 “개농장과 관련된 곳 이었는데 보상금 때문에 다 밀고 나무를 심었다”며 “토지주도 외지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설명을 듣고 주변 토지들의 상태를 보기 위해 이번에는 교산동으로 이동했다. 교산동에서는 맹지에 묘목을 심은 곳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필지는 연결된 도로나 길을 찾기 어려웠다. 수풀을 헤치고 진입한 끝에 산 끝자락에 심어진 묘목들을 볼 수 있었다. 묘목들을 두고 주위에 철제 울타리가 처져 있었으며, 울타리 안에는 검은 농막도 존재했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누가 묘목을 재배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쪽에서 묘목을 재배하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상금 때문에 묘목들을 많이 심는다”면서 “그런 방법을 전문적으로 안내해 주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방문한 하사창동에서는 돌밭 속에서 작물을 키우는 곳도 있었다. 도로에서 5분 가량 언덕을 따라 올라가 곳에 돌밭이 존재했다. 밭에는 ‘농작물 재배중’이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다만 토지 표면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실제 볼 수 없었다. 토지의 표면은 대부분 돌들로 덮여 있었다.
이날 만난 하남교산 주민들은 LH 투기 의혹에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3기 신도시를 취소하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한 주민은 “LH 투기 관련해선 지역주민들 모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있는 놈들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며 “3기 신도시가 다 투기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참에 신도시 개발 사업 규모를 축소하든지 무산시키든지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하남교산은 이미 토지보상이 이뤄져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거 같고, 축소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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